‘시체꽃’ 괴기스럽고 불길한 이름이다. 도대체 어떤 꽃이기에 ‘시체꽃’(corpse flower)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시체꽃의 공식 학명은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이 기형적으로 생긴 거대한 남성 성기를 닮았다는 뜻에서 ‘기형음경화’ 라는 뜻의 ‘아모포팰러스 타이타늄’(Amorphophallus Titanum)’으로 불린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중부의 적도 강우림이 원산지다. 현재 전 세계에 약 100여 그루만 남아있을 정도로 희귀 보호종이다.
꽃은 7년마다 한 번 필까 말까할 정도이며, 꽃이 펴도 48시간을 넘기지 않는 특성이 있다.
시체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육수꽃차례(꽃대가 굵고 꽃이 표면에 밀집한 것이 특징)를 가진 식물이다. 높이가 1~3m에 이르고 하루에 10cm까지 자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다.
구근의 크기는 보통 감자의 400배에 달해 무게가 100kg이 넘는다. 꽃잎의 직경은 무려 84cm에 이른다.
이 꽃의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이름처럼 시체가 썩을 때 나는 듯한 악취를 풍긴다. 냄새는 최대 8백m까지 퍼진다. 식물원 직원들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이니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관람객 중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심지어 구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냄새를 발산하는 것도 주기가 있다. 계속해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에 한 번씩 발산한다. 시체꽃의 꽃가루는 파리가 옮긴다. 물론 지독한 냄새 때문이다. 이 꽃에는 벌이나 나비 대신 항상 파리 떼가 몰려든다.
그런데도 이 시체꽃을 보고 냄새를 맡으려는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워낙 짧게 피었다 시드는 속성 때문에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대 식물원에서는 2011년 4월, 17년 만에 시체꽃이 피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는 2010년 7월, 15년 만에 개화했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에 시체꽃이 피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뉴질랜드에 있는 한 공원에서 시체꽃이 피었는데, 2008년 이 정원에 들어온 뒤 2013년과 2015년 단 두 차례만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의 몇몇 식물원에도 시체꽃이 자라고 있다. 충남 청양고추마을 아열대 식물원에 있는 시체꽃은 2012년 5월6월 한 번 꽃을 피웠다. 경주 동궁원 식물원의 시체꽃은 2013년 9월 개장 이후 두 번째로 꽃이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