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상 현란한 게이밍 기어를 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처음부터 10~2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는 어렵더라도, 품위유지 정도는 하고 싶으니까요. 게이밍 기어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는 게 키보드이죠. 게이밍 키보드는 말 그대로 게임에 특화된 제품입니다. 글쇠별로 스위치를 장착한 기계식 키보드가 일반적이며 현란한 RGB 효과를 적용하는 제품도 상당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HP GK400F LED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이하 HP GK400F)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누릴 수 있는 제품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요. 이 제품, 가성비가 정말로 뛰어납니다. 실사용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동일한 가격대 제품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일주일간 직접 사용한 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품의 경우 어느 한 부분 불만이 생기기 마련인데, HP GK400F는 디자인, 내구성, 타건감 모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Point 1. 청축·갈축·적축·흑축…넓은 소비자 선택의 폭
기계식 키보드는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와 달리 각각의 글쇠에 입력과 직결된 '스위치'가 별도로 자리합니다. 덕분에 빠른 타이핑과 다중 입력에도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특히 손끝에 전해지는 경쾌한 반발력이 특징인데요. 특유의 타건감을 경험하고 나면 일반 키보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스위치 종류에 따라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 이야기를 할 때 스위치 이야기를 빼고 하기란 어렵습니다.
2013년 체리사의 스위치 특허 만료를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기계식 키보드 대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여전히 원조 체리 스위치를 적용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가격 측면의 이점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이 경우 오테뮤, 카일 등 후발주자 제품을 택하는 게 유리하죠. 최근에는 자체 스위치를 개발, 적용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HP GK400F의 경우 HP 제품 생산 공장에서 자체 제작한 ‘K스위치’를 적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테뮤보다 소음이 덜하게 느껴지네요. 후발주자들의 기술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만족할만한 타건감을 제공합니다.
▲ 키캡, 키보드 리무버
스위치의 특성은 색깔로 구분할 수 있죠. HP GK400F은 청축, 갈축, 적축, 흑축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딸깍딸깍’ 경쾌한 소리가 나는 청축(클릭식)은 키감이 우수해 게이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축입니다. 슬라이더 걸개가 스위치에 한 번 걸렸다가 내려가면서 나는 소리인데요. 사무실 분위기에 따라 사용하기에 눈치가 보이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분위기 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 경쾌한 클릭음이 인상적인 HP GK400F 청축
좀 더 정숙한 제품을 찾는다면 갈축(넌클릭식)이 더 적합한 선택입니다. 청축과 마찬가지로 걸개가 걸리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슬라이더가 이동 없이 축과 꼭 붙어있어 소리가 확실히 덜 납니다. 청축과 적축의 중간 단계의 스위치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물론 완전히 조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 청축과 적축의 중간 단계인 HP GK400F 갈축
적축, 흑축(리니어식) 키보드는 부드러운 타이핑을 위한 제품으로 걸리는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적축은 키압이 낮아 아주 살짝 눌러도 빠른 입력이 이루어집니다. 흑축은 키압이 높아 반발력이 큰 편입니다. 누를 때 확실히 무거운 느낌이 들어, 장시간 사용하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네요. 개성이 강한 편이다 보니, 호불호가 다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 키압이 낮아 빠른 입력이 가능한 HP GK400F 적축
▲ 키압이 높은 HP GK400F 흑축
Point 2. 다채로운 백라이트 효과
▲ 화려한 분위기의 레인보우 LED
레인보우 LED를 적용해 시각적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게이밍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지만, 주변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어두운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 제품의 경우 단일 색상의 LED가 적용된 것이 일반적이지만, HP GK400F는 레인보우 LED를 적용해 좀 더 화려하고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합니다.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 그야말로 사용자 맞춤형입니다. LED 이펙트, 컬러 설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밝기와 속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세부 설정이 가능한 레인보우 LED
펑션(FN)키와 방향키를 조합해 누르면 LED 밝기와 속도를 간단히 제어할 수 있습니다. FN 키와 PGUP 키를 함께 누르면 4가지 조명 효과 가운데 원하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END 키와 함께 누르면 커스텀 백라이트를 기록해둘 수 있습니다.
▲ 고급스러운 금속 재질 프레임
▲ 손목에 가는 부담을 최소화한 스텝스컬처2 적용
블랙 키캡에 다크 그레이 색상의 금속 프레임이 더해져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복잡한 버튼 등이 자리하지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장시간 PC를 사용하다 보면 손목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요. 이 제품은 스텝스컬처2를 적용해 손목에 가는 부담과 피로감을 덜었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키열마다 눌리는 각도가 다르게 배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oint 3. 편리한 윈도우키 잠금 & 멀티미디어 기능키
▲ 게임 중 실수를 예방할 윈도우 키 잠금 기능
통상적으로 윈도우 키는 Ctrl키와 Alt키 사이에 자리합니다. 평상시에는 편리하지만, 게임을 할 때는 그 반대입니다. 쓰임새가 많은 Ctrl키, Alt키를 빠르게 누르려다가, 윈도우 키를 잘못 눌러 시작 메뉴가 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찰나의 순간도 타이밍이 중요한 게임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게이밍 키보드답게 HP GK400F는 윈도우 키 잠금 기능을 갖췄습니다. 게임 시작 전 미리 설정만 해두면 윈도우 키를 눌러도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멀티미디어 기능키 제공
멀티미디어 기능키를 제공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여타 제품과 마찬가지로 펑션(Fn) 키와 F1~F11키를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Fn 키와 F1키를 누르면 내컴퓨터가 실행되고, F2와 F3를 누르면 각각 검색과 계산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키를 누르면 전반적인 사운드 제어가 가능한데, 곡 전환부터 음량 설정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을 담아 활용도가 높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HP GK400F 키보드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디자인의 경우 고급스럽고 단정하지만, LED 효과를 통해 화려한 변신이 가능합니다. 우수한 타건감에, 미끄럼 방지 패드까지 갖춰 웬만한 움직임에는 끄떡하지 않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마감 완성도까지 높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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