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16·017·018·019’ 등 이른바 ‘01X’ 휴대폰 이용자의 10명 중 9명 이상은 번호를 바꿀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단말기와 요금혜택을 줄 때에도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고 응답한 가입자는 9.9%로 크게 줄었다. SK텔레콤 ‘011·017’ 고객은 다른 사업자에 비해 번호 이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 ‘010 번호통합에 관한 정책토론회’ 발표자료(KISDI)에 따르면 서울 및 6대 도시 휴대폰 이용자 1800명(010:720명, 01X:1080명)을 대상으로 이용자 성향을 조사한 결과, ‘01X’ 번호 이용자의 93%는 현재 이용하는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010 이용자 중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86%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말기 혜택을 준다면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24.0%, 이용요금 혜택을 주면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17.1%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말기와 요금 혜택에 상관없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이용자가 9.9%에 불과해 혜택을 준다면 ‘01X’ 가입자 중 상당수가 이탈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011과 017 등 SK텔레콤 고객이다. 기존 식별번호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어 010 번호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연구결과 010 전환 가입자율이 90%가 넘는 시기는 오는 2012년 3분기, 그 이후에는 전환 증가율이 0.9%포인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4년 3분기에 전환율이 95.9%로 높아지고, 전환증가율도 0.4%포인트로 떨어진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010으로 브랜드화(스피드011) 문제는 이미 해결됐으나, 현 번호에 애착이 강한 01X 가입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강제통합은 바람직 않으며, 점진적이고 이용자 편의에 부합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공성환 KT 상무는 “대다수 01X 가입자가 스마트폰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통합은 지속돼야 한다”며 “이미 2G망 비효율성 커지고 있고 조속한 통합을 안 하면 SK텔레콤이 모든 2G 가입자를 받아들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곤 통합LG텔레콤상무는 “통합정책의 폐지는 절대 안 된다”며 “사업자 쪽에선 강제 통합으로 일시에 바꿔주는 게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KT는 ‘번호변경 표시서비스’를 010 번호통합 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번호변경 표시는 010 전환 후에 상대방의 휴대폰에 자신의 기존 ‘01X 발신번호’가 뜨게 하는 서비스로, 사업자의 2G망 유지 비용을 최소화할 대안이라는 게 KT의 주장이다.
심규호·류경동기자 khsi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