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를 끝냈다. 애플·구글TV 걱정 없다.”
삼성과 LG전자의 TV 부문 양대 수장은 애플과 구글이 TV사업에 진출해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기존 선두업체를 위협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두 수장은 오래전부터 TV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했으며 되레 ‘커넥티드TV’ 시장에선 플랫폼도 강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기회라는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삼성은 수년 전부터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새 개념의 TV를 준비해 왔다”며 “TV 기술과 제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앱스토어 대응책도 이미 끝냈다”고 말했다. 다만 TV는 휴대폰과 같은 개인 단말기와 달리 가족 중심의 가전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공격적인 진입 시점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TV업체로는 처음 ‘삼성 앱스’를 107개국에서 무료로 제공했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후 2주 만에 조회 건수가 1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장 7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시작으로 정식으로 TV 앱 스토어를 연다. 삼성 중심의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TV 시장 2위인 LG전자의 TV 부문을 총괄하는 강신익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사장도 TV는 휴대폰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휴대폰은 TV와 진화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애플 제품은 혼자 몰입하고 능동적으로 쓰는 제품이지만 TV는 다수가 다소 수동적으로 즐기는 제품으로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V의 경쟁력을 따질 때 아직 화질·영상과 같은 디스플레이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애플과 구글의 잠재력이 있겠지만 TV고객을 가장 잘 아는 업체는 역시 TV업체”라고 강조했다. LG도 콘텐츠 중심의 스마트한 TV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유튜브, 피카사(구글의 무료 이미지 뷰어)와 같은 콘텐츠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최근에는 스카이프와 손잡고 인터넷 영상통화 서비스도 선보였다. LG전자는 인터넷 망에 접속하는 커넥티드TV가 내년부터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부터 라인업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구글은 이달 19∼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TV를 공개할 예정이다. 인텔, 로지텍, 소니와도 손잡았다. 애플은 6월 열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아이폰과 애플TV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생산한 대만 HTC가 소니의 멕시코 LCD 생산라인을 인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부터 2013년까지 세계 평판TV 판매량이 10% 남짓 성장하지만 커넥티드 TV는 연평균 38%씩 성장해, TV 석 대 중 한 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용어 설명> 커넥티드TV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가능한 TV를 말한다. 초기엔 셋톱박스로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형태였지만 점차 TV 자체를 통한 접속 방식으로 바뀌었다. 스마트TV·인터넷TV라고도 부른다. 인터넷망을 활용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직접 콘텐츠를 보내는 IPTV와 다른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