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선택 자유로운 '개방형IMEI관리제도' 도입
내년 5월부터는 마음에 드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이동통신사를 마음대로 골라 가입·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017670]이 갤럭시S를 독점 판매하거나 KT에서만 아이폰3GS가 판매되는 등의 폐쇄적 휴대전화 유통 체계가 사라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떤 휴대전화 단말기에도 유심(USIM; 가입자 식별카드)을 삽입하면 통신이 가능한 '개방형 IMEI(단말기 국제고유 식별번호) 관리 제도', 일명 단말기 블랙리스트 제도를 내년 5월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대부분 국가가 '휴대전화 따로 유심 따로 선택하는' 이 제도를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개통·관리하고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단말기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보조금이 복잡하게 얽혀 형성된 단말기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 이통사, 단말기 장벽 없앤다 = SK텔레콤,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이통3사는 지금까지 자사 시스템에 IMEI가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해주는 폐쇄형 관리제도를 유지해왔다.
다른 이통사에서 팔거나 외국에서 들여온 단말기, 중고폰 등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던 이유가 이 제도 때문이었다. 또 단말기 출고가에 이통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과 제조사가 대리점에 지원하는 장려금 요소가 포함돼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통사가 IMEI를 등록하지 않은 단말기도 개통해주면 이런 문제가 개선된다.
대신 IMEI를 이통사가 아닌 가입자 스스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분실·도난당했을 때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려면 가입자가 IMEI를 이통사에 직접 알려줘야 한다.
만약 가입자가 분실·도난에 미리 대비하고자 한다면 가입 단계에서 이통사에 IMEI를 등록할 수 있다.
방통위는 휴대전화 이용자가 IMEI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내년 5월부터는 단말기 외부에 번호를 표기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전까지 IMEI는 단말기 내부에 적혀 있어서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분실·도난 신고된 단말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통사가 서로 신고된 단말기의 IMEI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IMEI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서는 해외 이통사와도 IMEI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단, 이 제도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과 KT에만 우선 적용된다. 3G부터 유심과 단말기가 분리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2세대(2G) 서비스를 종료하고 4세대(4G) 서비스로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에 이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 단말기 유통 경쟁 촉발 기대 = 이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처가 이통사 대리점, 제조사 직영점, 할인점, 온라인 판매점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의 혁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동통신 재판매(MVNO) 전용 단말기 판매점, 해외의 저가 단말기 전문 매장, 중고폰 매장 등 전에 없던 유형의 유통망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가 주도했던 단말기 시장이 유통망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가격 인하 경쟁도 기대할 수 있다.
더는 단말기 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 없게 되는 이통사들은 요금과 서비스를 통한 경쟁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즉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저렴한 요금제와 더 좋은 서비스를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또 단말기 유통망이 개방되면 제조사와 수급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웠던 MVNO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MVNO 활성화는 요금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자사 대리점에서 파는 단말기에 대해 특별 할인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다른 유통망에서 구입하거나 중고로 산 단말기에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이에 방통위는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유통망에서 구입한 단말기나 중고폰에 대해서도 할인 혜택을 주는 요금제가 나오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내년 4월까지 이통사가 개방형 IMEI 관리체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국민에 IMEI 제도 개선을 알리는 홍보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