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메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데 성능도 다르고 구성되는 렌즈도 다르며 심지어 가격도 다른 하이브리드 카메라와 비교하면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카메라들은 쓰기 편한 줌렌즈와 작은 크기, 이런저런 다양한 부가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후지필름의 X-Pro 1은 철저하게 사진만을 위한 카메라입니다. 물론 사진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그만큼 필요하지만, 사진을 찍을 실력이 준비된다면 그 어떤 하이브리드 카메라보다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사진을 찍는 관점에 있어서 가장 많은 관심을 줄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닐까 합니다.
X-Pro 1의 특징 1. 크고 무겁고 쓰기 쉬운 바디
하이브리드 카메라지만 휴대성의 이점은 사실상 없습니다. 상당히 크고 묵직한 크기이며 소니나 파나소닉, 올림푸스 등이 지향하는 작은 카메라와는 절대적인 거리가 있습니다.
필자가 쓰는 갤럭시 넥서스 스마트폰과의 비교. 소니의 넥스(NEX) 시리즈가 아이폰보다 작은 크기를 강조하는 반면
X-Pro 1은 아이폰보다 더 큰 크기의 갤럭시 넥서스보다도 훨씬 큽니다.
하지만 작고 가벼운 카메라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소니의 NEX 시리즈는 크기를 줄이면서 버튼까지 줄여놔 조작성이 떨어지는 평이 대부분인데요, X-Pro 1은 희생되지 않는 크기를 활용해 조작 체계에서도 상당히 편리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전면에 붙어있는 두 개의 다이얼. 셔터 스피드와 노출을 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묵직한 무게의 경우도 휴대성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을 줄여준다는 양면적인 존재라 사진에 더 집중한다면 약간 무거워지는 무게보다 안정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느낌이 중요해집니다.
X-Pro 1의 특징 2. 후지필름만의 독특한 뷰파인더
렌즈를 교체할 수 없지만 DSLR / 하이브리드 디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X100은 다른 제조사의 제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뷰파인더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들은 광학식 뷰파인더(OVF)나 작은 액정을 집어넣은 전자식 뷰파인더(EVF), 둘 중 하나의 뷰파인더만 사용하는데 X시리즈는 광학식과 전자식이 모두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뷰파인더를 사용합니다. 말로도, 글로도, 사진으로도, 동영상으로도 표현하기 애매한데 실제로 써보면 편리하고 색다른 기능입니다.
원리는 대충 이렇다는데... 봐도 모르겠고 직접 시연해보는 게 가장 좋을 것입니다.
다만 X100은 렌즈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뷰파인더가 렌즈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X-Pro 1은 렌즈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바뀌는 렌즈에 따라 뷰파인더의 확대 / 축소 또한 자동적으로 변경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X-Pro 1의 특징 3. 첫 출시는 3 종류의 단렌즈가 같이 출시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편의성을 고려해서 줌렌즈가 기본입니다. 하지만 X-Pro 1은 사진 품질과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를 고려해 우선 단렌즈 3종이 같이 출시됩니다.
X-Pro 1과 함께 출시되는 단렌즈 3종.광각(18mm)과 표준 화각(35mm), 그리고 접사(매크로) 렌즈(60mm)입니다.
단렌즈의 특징을 잘 살렸기 때문에 렌즈의 밝기도 상당히 밝고 화질 면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X-Pro 1의 렌즈 마운트인 XF 마운트는 X-Pro 1에서만 쓸 수 있는 독자적인 마운트여서 렌즈가 풍부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당장 출시된 렌즈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고 라이카 M 마운트나 타사 마운트의 수동 렌즈들을 쓸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역시 편히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보다는 정성을 들여 더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X-Pro 1의 특징 4. 사진 촬영에 최적화 된 부가 기능
부가기능 역시 철저하게 사진을 위한 기능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똑바로 찍을 수 있게 하는 수평계나 다중 노출 등의 기능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후지필름의 아날로그 필름 느낌을 내주는 필름 모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 밖에 개선된 이미지 센서 사용으로 좀 더 나은 사진 품질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후지필름의 발표에 따르면 경쟁사의 풀프레임 제품보다 더 나은 해상도와 적은 노이즈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190만원의 바디 가격, 7~80만원대의 렌즈 가격
일단 사진 본연에 집중한 하이브리드 카메라, 후지 X-Pro 1의 첫 느낌입니다. 하이브리드 카메라지만 DSLR과 편의성의 차이가 없으며 묵직한 바디와 조작하기 편한 휴대성은 갖고 다니기 편한, 쓰기 편한 카메라라기 보다는 가장 좋은 사진을 뽑아내기 위한 카메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다만 200만원에 육박하는 카메라 바디 가격과 렌즈 하나당 7~80만씩 한다는 후지필름의 발표를 봐도 이 카메라가 누구나 쓰기 좋은 카메라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각 렌즈들의 스펙이 훌륭하기 때문에 렌즈 스펙 대비 가격을 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이 아니지만 저가형 렌즈가 아예 없기 때문에 사진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조건이 성립되는 것이지, 일단 다루기 쉬운 카메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후지필름 역시 X-Pro 1은 하이 아마추어와 프로를 위한 제품이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사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용자가 구입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누리닷컴 이홍영 기자 (openroad@enu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