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명 ‘아이비브리지’로 불렸던 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오늘(4/24) 정식 발표되었다. 지난 2011년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 출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코어 4개를 탑재한 제품인 i7 3770K등 고사양 제품이 먼저 선보이며 데스크톱용 듀얼코어 제품은 5월 중순 이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시장에는 인텔 정식 출시 전부터 7시리즈 칩셋 메인보드가 출시되어 있었으며 기존 6시리즈 메인보드도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거치면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쓸 수 있다. 그래픽카드를 2개 꽂아 쓰는 경우 호환성에 대해 아직 검증이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을 쓰거나 그래픽카드를 1개만 꽂아서 쓰는 경우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저전력·그래픽 성능 향상이 큰 특징 =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지난 2011년 인텔이 발표한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 ‘트라이게이트’를 적용해 22나노미터(nm) 공정에서 만들어진 첫 프로세서다. 인텔은 이처럼 제조 공정이 세밀화되면서 소모 전력이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처럼 같은 기능을 갖는 반도체를 보다 적은 면적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2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내장되었던 그래픽칩셋의 성능을 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프로세서 내부 구조를 보면 그래픽칩셋의 크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내장되었던 그래픽칩셋 ‘HD그래픽스 2000/3000’은 그래픽 기술 ‘다이렉트X 10’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최신 게임을 지원하지 못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이 이번에 선보이는 ‘HD그래픽스 2500/4000’은 윈도7·윈도8에 최적화되어 있고 최신 기술인 ‘다이렉트X 11’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3세대 코어 프로세서만 가지고도 더 많은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
◇ 실제 게임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 = 특히 인텔은 HD그래픽스 4000이 기존 HD그래픽스 3000보다 최대 2배, HD그래픽스 2500은 HD그래픽스 2000보다 최대 20% 이상 높은 성능을 낸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3D 벤치마크 프로그램과 게임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해 보았다.
테스트를 위해 인텔 코어 i7-3770K 프로세서와 인텔 DZ77GA-70K 메인보드에 삼성 DDR3 메모리 16GB(4GB×4), OCZ 어질리티3 120GB SSD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 업데이트와 드라이버 설치를 마친 다음 윈도7 얼티밋 영문판(SP1)을 설치한 상태에서 3D 벤치마크 프로그램 2종, 게임 3종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했다. 여기에 비교를 위해 엔비디아 GTX 550Ti 그래픽칩셋을 쓴 그래픽카드를 이용해 같은 테스트를 추가로 실행했다.
3D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다이렉트X 11 기반으로 실행되는 ‘3D마크11’과 ‘유니진 헤븐’을 선정했다. 3D마크11은 실제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를 연출하며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며 유니진 헤븐은 물체 표면의 오톨도톨한 효과를 표현하는 ‘테셀레이션’ 성능을 측정하는 데 자주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게임은 지난 2010년 발매된 ‘스타크래프트2’와 요즘 인기가 높은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레지던트이블5 벤치마크 등 3종을 선택해 진행했다. 오는 5월 15일 발매되는 화제의 게임 ‘디아블로3’는 제반 여건상 이번 테스트에서는 빠졌다.
◇ 성능은 올랐지만 한계는 뚜렷해 = 먼저 가장 널리 쓰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3D마크11’를 실행해 ‘720P 퍼포먼스’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를 보자. 인텔 HD그래픽스 4000의 총점은 749점에 불과한데 이는 같은 테스트에서 지포스GTX 550Ti가 낸 2887점의 25%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그래픽 효과를 처리할 때 제 성능을 내지 못해 점수가 크게 떨어진 편이다.
다음으로 유니진 헤븐 테스트 결과를 보자. 이 프로그램은 길에 깔린 돌덩이나 용의 비늘, 풍차 날개의 무늬나 벽돌 등 요철이 있는 물체를 표현하는 ‘테셀레이션’ 성능을 측정한다. 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 프로그램이 쓰는 다이렉트X 11 규격을 지원하지 못했지만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들어오면서 이를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20×1080 해상도에서 초기 상태, 윤곽선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안티에일리어싱’ 효과를 적용한 상태, ‘안티에일리어싱’에 테셀레이션 효과를 적용한 뒤 초당 화면을 몇 장 그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초기 상태에서 초당 10.6프레임, 안티에일리어싱(4x) 적용 상태에서 6.9프레임, 테셀레이션까지 적용한 상태에서 5.5프레임이다. 지포스 GTX 550Ti가 기록한 34.7프레임, 29.0프레임, 22.3프레임보다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도 화면을 보면 뚝뚝 끊어지는 것이 눈에 확 뜨일 정도다.
◇ 실제 게임에서는 선전 =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게임 중 실제로 다이렉트X 11을 완벽히 활용한 게임은 드물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은 다이렉트X 10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임에서 성능이 어떨지 테스트해 보았다.
가장 먼저 살펴볼 테스트 결과는 ‘레지던트이블5 벤치마크’다. 이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실제 게임에서 좀비가 등장하는 장면을 60초 가량 재현해 보여주면서 이 PC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준다. 1920×1080 해상도에서 화면 품질을 기본 상태와 고품질 상태(텍스처 높음, 안티에일리어싱 적용)로 설정하고 화면을 초당 몇 장이나 그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초기 상태에서는 HD그래픽스 4000이 초당 21.5장을 그린다. 실제로 화면을 보면 약간 끊긴다는 느낌은 들지만 나름대로 봐 줄만한 수준이다. 고품질 상태에서 성능 하락도 적다.
다음으로 살펴 볼 결과는 설명이 필요 없는 게임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다. 출시 2년이 넘어 비교적 성능이 낮은 그래픽카드로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픽 옵션을 ‘텍스처 높음-수준 높음’, ‘텍스처 매우 높음-수준 매우 높음’ 등 2가지 상태로 설정하고 미리 녹화된 18분 26초 분량의 파일을 1920×1080 해상도에서 재생하며 초당 프레임 수를 확인했다.
‘텍스처 높음-수준 높음’ 상태에서 측정된 결과를 보면 HD그래픽스 4000은 초당 18.1장을 그린다. 약간 느리다는 감은 있지만 게임을 즐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매우높음-매우높음’에서는 초당 10.1장을 그린다. 각각 48.1장, 42.5장을 그리는 지포스 GTX 550Ti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면 초당 30프레임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한 게임은 요즘 온라인 게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리그오브레전드’다. 게임 방식이 액션에 가까운 데다 조작하기 쉽고 워크래프트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친숙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게임 역시 다이렉트X 9·10을 동시 지원하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야 하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해 해상도를 1920×1080 화소로 설정한 상태에서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놓고 12분 36초 분량의 녹화 파일을 재생하며 초당 프레임 수를 확인했다.
모든 그래픽 효과를 켠 상태에서 HD 그래픽스 4000이 초당 25.8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림자 효과 등을 꺼 주면 30프레임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지포스 GTX 550Ti는 초당 120프레임으로 이미 이 게임을 즐기는데 차고 넘치는 성능을 자랑(?)한다.
◇ 온라인 게임 ○, 고사양 게임 △ =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내장된 인텔 HD그래픽스 4000은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면 요즘 보편화된 1920×1080 해상도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다만 다이렉트X 11의 각종 그래픽 효과가 적용된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여전히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PC를 사무용으로 쓰거나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면 굳이 그래픽카드를 장만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내장되는 인텔 HD그래픽스 2500/4000 칩셋은 사무 용도는 물론 블루레이 재생까지 가능한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권봉석기자 bs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