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에디터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푹 빠져있다.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광고가 지겨웠고, 하나둘 싱글 딱지를 뗀 지인들의 깨가 쏟아지는 신혼 생활과 아이 자랑에 염증을 느끼고 있을 때쯤이었다.
페북에 비하면야 인스타그램은 쿨하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않고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엄격함, 내가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의 사진 같은 건 절대 내 타임라인에 뜨지 않는 냉정함을 갖췄다. 페이스북이 여기저기 다 참견하는 동네 반상회장 아줌마라면, 인스타는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훔쳐보고픈 멋진 남자 같달까?
내가 이렇게 인스타에 푹 빠져있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일본에서 즐긴 10코스의 카이세키 요리를 어떻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말인가?
[Layout from Instagram / iOS / 무료]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인스타그램이 직접 나섰다. 사진을 최대 9장까지 편집해 깔끔하게 한 장으로 만들어 주는 앱 ‘레이아웃(Layout)’을 출시한 것. 사용 방법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편집을 원하는 사진을 선택 후, 원하는 레이아웃을 골라 주기만 하면 된다. 적용된 사진의 상단에 미리보기를 통해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앱은 얼굴 인식 기능을 추가해 카메라 롤에 있는 사진 중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따로 취합해서 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 기능은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이 무려 만 이 천장에 육박하는, 셀카 마니아 에디터H에게 아주 유용한 기능일 듯.
선택한 사진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앱 안에서 바로 사진을 상하/좌우 반전 시킬 수 있다는 것.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영화 <인셉션>에서 봤던 것처럼 땅이 뒤집히는 초현실적인 사진도 만들 수 있다.
이미 찍은 사진을 편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포토부스’ 기능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바로 촬영도 가능하다. 원하는 컷 수를 선택하면, 그 수만큼 사진이 찍히고 바로 편집할 수 있다. 단, 이 기능은 후면 카메라가 아닌 전면 카메라로만 가능하더라. 한 마디로 셀카만 찍으라는 이야기다.
자, 설명이 길었다. 사진 앱은 사진으로 말해야 하는 법. 그동안의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레이아웃을 통해 나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쳐봤다.
[작품명: 샐리, 브라운 그리고 레너드의 삼각관계, BGM-꾸쥬 워마걸~]
[작품명: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feat. 아사쿠사 ]
마지막으로 작은 투정을 부리고 기사를 마무리 할까 한다. 이 앱에는 작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여백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없다는 것. 가끔 인친들에게 나의 긴 다리를 모두 보여주고 싶을 땐 정방형의 사진보다는 4:3 비율의 사진이 효과적인데.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은 여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만 있다면 정말 완벽한 앱일 텐데. 쩝.
이혜민 / TECH / 201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