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 반지, 하물며 시계도 차지 않는 그야말로 심플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나이지만 스마트폰만큼은 예외다. 잠 잘 때와 화장실 갈 때(아, 사실은 화장실 갈 때도 들고 간다) 빼고는 항상 같이 붙어 있으니 가끔은 나보다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랄까? 그래서 길을 가다가 혹은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쓸만해 보이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소중한 ‘손전화기’를 위해 준비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해줄 액세서리를 모은 기사다. 소개한다. 내 폰의 좋은 친구들. 이름하여, ‘폰친소’다.
Snapbuds
안 그래도 얄팍한 나의 인내심이 완전 바닥을 보이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꼬인 이어폰 줄을 푸는 때다. 내 가방 속에는 이어폰 줄을 꼬는 요정이라도 살고 있는 건지, 이상하게 가방에만 들어갔다 하면 줄이 어마어마하게 꼬여있다. 줄 꼬임을 방지하는 액세서리를 사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귀찮아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일쑤. 다행히 해결책을 찾았다. 스냅버즈는 자석을 이용해 이어폰 줄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자석이 내장된 작은 클립을 이어폰 줄 중간 중간에 끼워두면,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붙기 때문에 엉키지 않고 이어폰을 보관할 수 있다. 이어폰을 사용해야 할 땐, 양쪽 끝을 쭉 잡아당기면 바로 풀린다.
자석을 이용한 간단한 구조지만,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이어폰 줄 끝에 다른 이어폰을 붙여둘 수도, 위 사진처럼 조깅을 하다 가로등에 잠시 폰을 붙여두고 스트레칭을 할 수도 있다. 스냅버즈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펀딩을 받고 있으며, 9달러에 9개의 클립 그리고 이어폰 헤드와 플러그를 끼울 수 있는 앵커 1개를 받아볼 수 있다. 제품 배송은 6월부터 시작한다.
Sugru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이어폰이나 휴대폰 충전 케이블이 단선되어 그 수명을 다했을 때 유용한 제품이다. 실리콘 베이스의 신소재 수그루는 꼭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고무찰흙처럼 생겼다. 포장을 뜯고 30분 안에 원하는 모양으로 조물조물 빚은 후 24시간 정도 자연건조해서 사용한다. 굳으면 완전히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탄성이 있는 고무 재질로 변하기 때문에 망가진 케이블을 수리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제품은 없다.
뿐만 아니라 수그루는 플라스틱, 섬유, 금속, 유리 재질에 상관없이 놀라운 접착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깨지고 부서진 다른 제품도 쉽게 수리할 수 있다. 위 사진처럼 스마트폰 모서리에 붙여 스마트폰 범퍼 케이스를 만드는 사례도 있더라. 정말 고무찰흙처럼 색상이 다양한 데다 서로 다른 색을 섞어 원하는 색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가격은 5g짜리 8개 세트가 12.99달러.
WonderCube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가로x세로x높이가 각각 2.54cm인 1인치짜리 큐브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지(wonder) 확인해볼까? 일단 원더큐브를 펼치면 충전이 가능하다. 내장된 케이블을 통해 스마트폰에 있는 자료를 노트북에 전송할 수도 있다. 또한, 원더큐브에 바로 SD카드를 넣어 부족한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능은 현재 안드로이드만 지원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아이폰 사용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가장 놀라운 사실은 9V 건전지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폰이 배터리 부족으로 죽어가면, 근처 아무 편의점에 들러 건전지를 사서 충전할 수 있다니. 거기다 한쪽에는 빨판이 있어 영상을 볼 때 스마트폰 거치대로 사용이 가능하고, 다른 한쪽에는 LED 램프가 있어 휴대용 플래시로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49달러, 16GB 마이크로 SD 카드가 포함된 세트는 59달러다.
InfiniteUSB
많은 사람을 한 공간에 모아두면 언제나 충전 대란이 벌어진다. 주어진 콘센트는 한정되어 있는데, 충전할 사람을 많으니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지경. 이럴 땐 얼굴 붉힐 일 없이 인피니트 USB를 사용하면 되겠다. 이 제품은 하나의 USB 포트에 여러 개의 USB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마치 말뚝박기를 하듯 꽂으면 꽂는 대로 뒤에 쪼르륵 붙는다. 물론 하나의 USB 포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포트가 하나이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충전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인피니트 USB는 케이블 길이가 길지 않고, 양쪽 끝에 자석이 내장되어 있어 반으로 접어 간편하게 휴대하기도 쉽다. 한쪽은 USB 커넥터고 다른 한쪽은 라이트닝, 마이크로 USB와 암놈 USB 케이블까지 세 종류가 있으며, 케이블의 가격은 12달러.
이혜민 / TECH /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