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바이닥터드레(이하 비츠)의 프로(Pro)는 비츠가 선보인 헤드폰 중 한정판을 제외하고서 가장 비싼 헤드폰이다. 비츠 프로는 무선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도 없지만 무선 헤드폰 스튜디오 와이어리스보다 높은 가격대를 지녔다.
비츠 프로는 2010년 출시된 이후 비츠의 최상위급 헤드폰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예전에는 50만 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지녔지만, 비츠의 국내 공식 수입원 CJ E&M은 비츠 프로의 가격을 40만 원 후반대로 낮췄다. 비츠 프로는 이름이나 가격만큼 기존 스튜디오를 뛰어넘는 사운드를 들려줄까? 직접 들어봤다.
■ 치명적 카리스마
큰맘 먹고 고가의 헤드폰을 샀는데 그 가격대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인의 말에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츠 프로라면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비츠 프로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다른 헤드폰과 격이 다른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을 써 은은하게 빛나 유달리 고급스러워 보인다. 귀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형으로 큼지막한 알루미늄 소재를 쓴 비츠는 확실히 카리스마가 넘친다.
디자인 자체는 단순하다. 가죽 헤드밴드와 가죽 이어패드를 채택했으며 두툼하게 만든 프레임으로 비츠 프로의 내구성을 짐작하게 한다. 마감도 훌륭하다. 헤드폰 길이를 늘리는 이음새를 보면 마감에 대한 부족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 DJ를 위해 헤드폰 유닛을 헤드밴드 안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한쪽 귀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완전히 접으면 휴대하기에 좋은 크기로도 만들 수 있다. 제품에는 휴대용 파우치가 포함되지만 파우치가 없어도 좋을 정도의 단단함을 뽐낸다. 헤드폰 유닛을 움직이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흔들림도 없이 절도있게 움직이는 것이 비츠 프로만의 견고함을 엿볼 수 있다.
■ 알루미늄에 따라오는 무게
비츠 프로는 내구성이 상당히 우수하지만 그만큼 무게도 묵직하다. 무게는 0.4kg으로 플라스틱 소재를 쓴 헤드폰보다 무겁다. 처음 쓰면 일반 헤드폰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쓰다보면 무게감이 빨리 느껴진다. 그렇다고 장시간 착용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착용감에서 남다른 점은 장력이 상당히 세다는 점이다. 단단한 알루미늄 프레임이 귀를 꽉 조여 스튜디오 시리즈처럼 노이즈 캔슬링 기능 없이도 주변의 소음을 탁월하게 막아주는 소음 감쇄 기능을 지녔다.
덕분에 시끄러운 클럽에서도 DJ가 음악을 무리 없이 재생하도록 도와준다. 견고한 내구성은 만점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무게나 강한 헤드폰 장력은 오랫동안 편안하게 음악을 듣기에 버거운 것이 일반 리스너보다는 프로 DJ나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헤드폰 양쪽 유닛에 모두 이어폰 단자가 있어 착탈식 케이블은 어느 곳에나 꽂아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2개의 케이블을 연결한 후 모두 음원을 재생하면 각기 다른 음원을 들을 수 있어 음악을 믹싱해야 하는 DJ에게 유용하다.
케이블은 일반 헤드폰에 들을 수 있는 리모트가 달린 케이블과 DJ를 위한 코일 케이블이 제공돼 용도에 맞게 선택 가능하다.
■ 강력한 저음 타격감
비츠는 뉴 스튜디오부터 사운드가 크게 개선됐다. 무엇보다 사운드 밸런스를 고르게 맞췄고 저음도 가다듬었다. 그 이전의 비츠의 사운드는 힙합 음악에 최적화된 무자비한 저음을 들려줬는데 비츠 프로는 당시의 과감한 저음 사운드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강력한 저음은 당시를 떠올리지만 사운드 밸런스는 전문 DJ나 엔지니어를 위해 고르게 다듬었다. 비츠 프로는 비츠만의 저음을 여전히 뽐내지만 중고음이 여기에 묻히지 않아 고른 음역대를 감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고음은 다른 헤드폰에 비해 평이한 수준으로 비츠 프로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음이다. 알루미늄 하우징을 통해 들리는 저음의 타격감이 상당하다. 단순히 많은 저음량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한방이 있어 저음을 특히 즐기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헤드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항값은 16임피던스로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에 직접 연결해도 적절한 소리가 난다. 소니 휴대용 헤드폰 앰프 Pha-1에 연결해보니 저음이 더욱 단단하게 들리고 극저음에도 힘이 실리는 만큼 전문 DJ에게 매우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 편의성 떨어지지만 남다른 매력 갖춰
비츠 프로는 비츠바이닥터드레의 최상위 헤드폰인 만큼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으로 남다른 외관을 꾸몄다. 덕분에 견고한 내구성과 지녀 이 녀석보다 튼튼한 헤드폰은 찾기 힘들 정도다. 저음 사운드도 독보적으로 느껴진다. 강력한 한방이 있는 저음은 단순히 저음만 늘린 다른 헤드폰과 결을 달리한다.
강한 장력으로 차음성을 높였지만 그만큼 장시간 음악을 듣기 힘들다. 출시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비츠 헤드폰 중 가장 고가인 만큼 녀석의 높은 콧대가 언제쯤 꺾일지 궁금해진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