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 업계 핫이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어러블이다. CES나 컴퓨텍스 등 규모가 큰 전시회에서도 웨어러블 기기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람객이나 바이어의 발길도 끊임이 없다. 재미있는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멀다.
개인적으로는 웨어러블이 구현되는 형태에 관심이 많다. 여태껏 많이 봐온 시계나 밴드 말고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안경이나 반지, 팔찌도 말고 뭔가 새로운 형태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 얘기 나온 김에 지금도 불철주야 머리를 싸매고 있을 기획자와 개발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더욱 획기적인 제품으로 우리를 놀래주길.
최근에 재미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났다. 시계나 밴드가 아닌 새로운 형태다. SMS오디오의 바이오스포츠(BioSport)가 그 주인공. 한 마디로 웨어러블 스포츠 이어폰이다. 참고로 SMS오디오는 유럽에 본사를 둔 오디오 기기 제조사다. 국내엔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해외에선 나름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주요 제품은 유무선 헤드폰과 이어폰.
인텔 X SMS오디오
바이오스포츠의 가장 큰 특징은 심박 측정 센서다. 손목이나 가슴에 두르던 센서를 이어폰에 넣은 것. 어차피 운동할 때 이어폰 끼는 경우가 많으니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제 운동할 때마다 땀이 차 신경 쓰이던 밴드에서 해방이다.
SMS오디오는 이를 위해 인텔과 손을 잡았다. 커버 사진에서 제품 패키지에 있는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보자. 그렇다. 우리 PC의 CPU를 만드는 그 인텔이다. 요즘 한창 IoT에 열을 올리더니 결국 한 건 했다. 심지어 남들 다 하는 시계나 밴드가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다. 단 인텔의 CPU나 칩셋이 들어간 건 아니다. 기술과 제품 컨셉에 도움을 줬다고.
웨어러블 기능은 간단하다. 리모컨에 있는 심박 센서 스위치를 켜면 오른쪽 유닛에 있는 광학 센서가 귓바퀴 혈류의 흐름을 측정해 심박수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심박수 모니터링은 피트니스 앱인 런키퍼를 이용한다. 앱과 연동한 후 운동을 시작하면 현재 심박수와 평균치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물론 런키퍼 자체가 운동 거리나 시간, 속도, 칼로리 등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한다. 다만 바이오스포츠와 함께 하면 여기에 심박 모니터링 기능이 추가되는 것. 위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숫자가 심박수다.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음성으로 안내하니 굳이 앱을 띄우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배터리가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웨어러블 시계나 밴드는 배터리 수명이 제품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바이오스포츠는 저전력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이어폰 단자를 통해 그때그때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다. 물론 소스 기기의 배터리 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배터리 충전에서 자유롭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참고로 애플 아이폰4 이상, 삼성전자 갤럭시S4와 노트2 이상, 구글 넥서스5와 모토로라 모토X 등의 기기를 지원한다.
애매한 스포츠 이어폰
스포츠 이어폰이라 그런지 역시 남다른 외모다. 사실 크기만 놓고 보면 일반 이어폰과 비슷하다. 특이한 건 유닛 아래 부분. 심박 센서가 있어 크고 두툼하다. 그래서 이어팁이 중요해졌다. 유닛에 달린 큼직한 심박 측정 센서를 보호하고 옆면이 귀에 맞닿지 않게 감싸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유닛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아 귀 안쪽에 전달하는 노즐 역할도 이어팁 몫이다. 보스의 스테디히어처럼 귓바퀴 고정용 날개를 달아 격한 움직임에도 귀에서 빠지지 않게 고정한다.
그런데 이게 너무 커서 귀가 아프다. 중간 사이즈의 이어팁이 귀에 맞기는 하는데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이어폰을 빼니 귓바퀴가 뻐근하다. 그렇다고 작은 걸 끼면 소리가 샌다. 심박 센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귀가 작은 사람은 한 곡도 다 못 듣겠다. 이것도 적응하면 괜찮아지려나?
하지만 여느 스포츠 이어폰 못지않은 기본 소양을 지녔다. 일단 IPX4 등급의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운동 중 흐르는 땀이나 가벼운 비 정도는 거뜬하다. 단단한 외관으로 스크래치에도 강하고 튼튼하다. 케이블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칼국수 케이블. 줄꼬임을 방지하고 터치 노이즈도 덜하다.
리모컨은 원 버튼. 음악 재생, 트랙 이동, 통화 모드 전환 등의 기능을 한다. 볼륨은 소스 기기에서 직접 컨트롤해야 한다. 리모컨 위에 있는 건 심박 센서 스위치다. 색상은 블랙과 옐로의 강렬한 투톤.
유닛 안에는 12mm 드라이버를 넣었으며 임피던스는 32Ω, 음압 레벨은 107.5dB. 풍부한 저음과 균형 잡힌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단 유닛에서 내놓은 소리가 이어팁을 거치면서 울림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화장실처럼 작은 공간에서 스피커를 틀어 놓은 느낌이랄까? 운동할 때 자주 듣는 힙합이나 EDM처럼 저음이 강한 곡은 저음이 더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발라드나 어쿠스틱은 아쉬움이 있다.
스포츠 이어폰이니 드라마나 영화 볼 일은 없겠지만 부득이하게 봐야 한다면 스피커폰이 나을 수도 있겠다. 하나 더. 운동 상태 안내 멘트가 끝날 때마다 음악이 끊긴다. 잡음도 들리고. 심박 센서를 켜고 끌 때도 마찬가지.
아직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해외에서의 가격은 149.95달러. 직구로 사면 20만원을 조금 넘는다. 생각보다는 너무 비싸다. 색상은 핑크, 블루, 그레이, 옐로.
SMS오디오 바이오스포츠는 스포츠 이어폰이지만 솔직히 스포츠 이어폰으로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제품이 가진 웨어러블 기능은 다르다. 특히 손목이나 가슴에 기기를 따로 차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배터리 걱정에서의 해방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제는 식상해진 시계나 밴드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도 의의가 있다. 어쨌든 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두 회사에게는 박수.
한만혁 / 기어박스 /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