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로운 아이팟 터치를 출시했다. 사실 조금 놀랐다. 일단 지난 3년간 아이팟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없었으니까. 최근 디지털 음원 시장 트렌드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급변하지 않았는가. 애플 역시 화려하게 ’애플뮤직’을 공개하며 스트리밍 전쟁에 합류한 직후다. 상황이 이러니 자연히 아이팟 시리즈의 효용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아이팟의 단종 루머가 흘러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엔 애플 홈페이지에 있던 iPod 카테고리가 사라지고, Music이라는 카테고리로 대체되면서 아이팟 단종설이 힘을 더해 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렇게 스트리밍의 시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했던 아이팟이 죽지도 않고 또 돌아왔다. 그것도 이렇게 섹시한 모습으로. 애플이 요즘 잘 나가는 김에 아이팟까지 더해 더 신나게 팔아보겠다는 뜻인가.
16일, 애플이 새롭게 공개한 아이팟 터치는 아주 예쁘다.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골드, 핑크, 블루 라는 새로운 컬러 라인업으로 드레스업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아이팟 모델에 이 컬러 라인업을 적용한다. 통신을 지원하는 제품이 아닌지라, 안테나라인이 없어서 더더욱 보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폰 시리즈도 이렇게 컬러풀했으면 좋겠다.
디자인은 물론 알맹이도 섹시함을 더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인심을 후하게 썼다. 아이팟이니 A7 정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이폰6와 동일한 A8칩을 내장했으니, 성능은 장담할 수 있다. M8 모션 보조 프로세서도 들어갔다.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통해 모바일 게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카메라도 제법 괜찮다. 후면에는 800만 화소 isight 카메라를 탑재했다. 초당 120프레임의 슬로 모션 촬영이나 고속 연사, 타임랩스, 파노라마 촬영 등을 아이팟 터치에서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전면에도 120만 화소 페이스타임 HD 카메라를 장착했다. iOS8을 지원하며, 올가을에 iOS9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
아이폰6와 거의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 16GB 모델 27만 9000원, 32GB 32만 9000원, 64GB 모델은 38만 9000원에 판매된다. 또 최초로 128GB 모델을 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가격은 49만 9000원.
아이폰6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야 크게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타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친한 친구가 첫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는데, 그 애가 크면(사실 너무 먼 미래지만) 아이팟 터치 같은 제품을 사주고 싶다. 통신요금에 대한 부담 없이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건전한 장난감이자, 뮤직 플레이어이며 교육용 기기가 될 수 있으니까. iOS에는 게임은 물론이고 훌륭한 교육 앱이 많다. 특히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이미 iOS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구매한 앱을 가족끼리 공유할 수 있으니 훨씬 경제적이다. 자녀가 앱스토어에서 구매를 할 때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애플뮤직을 품고 등장하는 최초의 아이팟 터치가 애플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진다. 애플뮤직은 드레이크 같은 유명 래퍼나 유명 라디오 DJ들이 직접 진행하는 24시간 음악 방송 ‘비츠원’ 등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웠다. 사용자의 선호도를 파악하거나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 현재 3개월의 무료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기어박스 하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