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가장 애매한 처지가 된 기기는 노트북 PC였다. 데스크탑 PC가 각종 서버, 생산성, 하드코어 게임용으로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노트북의 주 영역이던 웹서핑과 가벼운 문서작성, 동영상 감상 등을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처리 능력이 많이 필요한 하드코어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게이밍 노트북은 위기에 몰린 노트북시장이 찾은 새로운 활로였다. 주로 데스크탑PC에서 가능하던 하드코어 게임을 가끔씩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다면 게이머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셈이다. 더구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은 그래픽작업이나 다른 생산성 작업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기가바이트에서 보다 넓은 화면과 최신 브로드웰 CPU를 갖춘 P37W v4을 내놓았다. 17인치 화면을 가진 비교적 크기가 큰 게이밍 노트북으로서 이 제품을 사용해보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디자인 - 17.3인치 화면, 블랙메탈, 게임전용키
기가바이트 P37W v4는 기가바이트 노트북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블랙톤의 메탈 재질을 채택했고 표면은 매끈하게 가공했다. 손으로 잡고 사용할 때 메탈 특유의 차갑고 견고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게임이라는 장르를 장난감처럼 보는 일반의 시각을 넘어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카테고리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한 디자인이다.
17인치는 빈번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이동하면서 쓸 수 있는 크기의 노트북이다. 이 제품은 이런 크기의 노트북 가운데서도 비교적 얇고 가벼운 편이다. 두께는 22.5밀미미터이며 무게는 2.8킬로그램으로 가방에 넣거나 들고 다니는 데 있어 지나친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키보드는 사이가 분리된 치클릿 키보드를 썼는데 키간격이 충분하고 키감도 좋은 편이다. 키보드부터 터치패드까지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튀지 않고 묵직한 품격을 준다. 키보드 왼쪽에는 게임을 위한 전용키가 G, G1, G2, G3, G4, G5 까지 세로로 6개가 배치되어 있다. 키 설정을 통해 각종 게임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키보드 윗쪽에 있는 원형 전원버튼은 보기 좋지만 눌렀을 때 느낌이 좀 어색한 것이 아쉽다.
각종 단자를 제공하는 확장성을 살펴보자. 왼쪽 측면을 보면 도난방지를 위한 켄싱턴락 단자, 이더넷 단자, USB 2.0 두 개, SD 카드 리더, 이어폰과 마이크 단자가 달려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전원 어댑터 단자, 프리젠테이션용 D-SUB 출력 단자, HDMI단자, USB 3.0 단자 두 개, 미니 디스플레이 단자가 붙어있다. 17인치 노트북으로 각종 단자를 빠짐없이 제공하는 우수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데스크탑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필요한 단자가 부족해서 주변기기를 연결 못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다.
스펙 - 5세대 인텔 i7, 지포스 GTX970M, 풀HD 해상도
기가바이트 P37W v4는 가장 중요한 처리연산을 위한 칩으로 인텔 CPU i7-5700HQ를 탑재했다. 5세대 브로드웰 기술로 만든 칩이며 2.7GHz-3.5GHz 가변클럭으로 동작한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든가 웹서핑처럼 부담이 적은 작업을 할 때는 저전력을 소모하며 낮은 클럭으로 작동한다. 그렇지만 하드코어 게임과 동영상 같이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이 들어오면 전력소모를 늘리며 최고 성능으로 올린다. 메모리는 DDR3L 1600 방식으로 슬롯 한 개에 4기가바이트 씩 두개가 붙어있어 8GB이다.
CPU안에 포함된 내장그래픽에는 인텔 HD Graphics 5600이 있다. 간단한 작업은 이 칩이 맡지만 가속능력이 많이 필요한 그래픽 작업과 게임을 하게 되면 외장그래픽으로 자동 전환된다. 이때 게이밍 노트북의 핵심 성능을 책임지는 외장 그래픽 가속칩은 엔비디아 지포스 GTX970M을 탑재했다. 여기에 GDDR5 6GB가 별도로 장착되어 성능과 효율을 책임진다. 그래픽 전용램은 초고해상도를 가능하게 하고 3D 그래픽에서는 폴리곤과 텍스처 등을 더욱 원활하게 처리하도록 한다.
17.3인치(43.942센티미터) IPS 방식인데 풀HD(1920x1080) 해상도를 자체 디스플레이에서 표시한다. 미니디스플레이 단자 등을 통하면 외부 디스플레이에 4K해상도를 표시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사진이나 4K 동영상을 처리할 때 매우 편리하다.
저장장치로는 쿼드러플 스토리지 시스템을 쓴다. mSATA 방식 SSD 128GB 2개가 레이드로 병합되어 운영체제 영역을 제공하고 2.5인치 HDD슬롯을 통해 고용량 데이터 저장공간을 탑재한다. 여기에 ODD를 떼어냈을 때 쓸 수 있는 영역에 다시 HDD를 장착할 수 있기에 총 4개의 저장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게이밍 노트북인 만큼 게임에 특화된 기능도 있다. 온라인 게임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때 유용한 XSplit기능, 비디지털 플러스 인증을 받은 사운드 시스템은 좋은 게임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시스템 상황을 항상 체크하고 냉각팬 상태를 조절해서 소음을 적게 내는 기능도 있으며 키보드는 시간과 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백라이트가 켜진다.
실제 성능 - i5-4690K보다 높은 성능, 4K영상 4개 재생 가능
노트북 가운데는 제조사가 다르지만 스펙이 거의 같은 제품이 많다. 하지만 각 제품의 실제 성능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떤 제품은 스펙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IT제품 전체 성능은 가장 성능이 낮은 제품을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부품을 균형있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산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시네벤치를 이용한 측정을 했다. CPU성능을 보면 데스크탑용 i7-3770이나 i5-4690K를 조금 넘는 연산능력을 나타낸다. 전력소모와 발열을 제한 받는 모바일 CPU가 이전 세대 데스크탑 CPU보다 성능이 좋게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자. 한세대 아래이긴 하지만 i5-4690K 보다 성능이 높게 나왔다는 건 게이밍 노트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오픈GL을 이용한 그래픽 가속성능에서는 103.92프레임으로 모바일 가속칩 최상급인 GTX 980M 성능에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원래 성능 차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GTX 970M으로 이 정도 성능을 낸 것은 비교적 많은 그래픽 전용 메모리와 최적화 덕분으로 해석된다.
이번에는 멀티미디어 영상을 재생해서 실질적인 성능 측정을 했다. 4K 해상도 동영상을 동시에 여러 개 재생해서 동영상 가속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4K 영상은 해상도가 높기에 초당 전송속도와 영상 처리속도가 상당하히 많이 필요하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재생하면 상당한 성능이 소요된다.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해지면 프레임이 떨어지고 영상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지며 재생된다.
기가바이트 P37W v4는 4K 동영상 4개를 쾌적하게 재생할 수 있었다.인텔 브로드웰과 최고성능의 그래픽 가속기가 결합된 효율이 상당했다. 다만 이때는 그래픽 성능에 대한 압박에 시스템이 최고로 가속하면서 냉각팬 소리가 다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커진다.
게임성능 - 2013년형 게이밍 노트북의 2배, 오큘러스 리프트 권장PC의 70퍼센트 성능
3D마크11을 이용해서 게임에서 적용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측정을 해 보았다. 특히 3D마크는 윈도우 게임에 많이 쓰이는 다이렉트X를 사용한 측정을 한다. 따라서 실제로 느끼는 게임 능력을 수치로 변화시켜 보여준다. 파이어 스트라이트 1.1에서 6623점, 스카이 다이버 1.0에서 17850점이 나왔다.
스코어를 다른 시스템에 비교해서 보자. 2013년형 게이밍 노트북의 2배 정도 성능을 보였다. 오큘러스 리프트 권장사양을 가진 게이밍 데스크탑PC 성능의 70퍼센트에 가까웠다. 최상급인 4K 게이밍 PC의 3분의 1 정도 성능이다. 이 정도라면 옵션을 어느 정도 높여도 대부분의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하드코어 게임에 가장 가까운 상황을 설정해서 측정할 수 있는 헤븐 벤치마크를 이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안티앨리어싱이나 텍스처 옵션을 걸어 렌더링 하면서 분당 프레임이 얼마나 나오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그래픽 수준을 가장 우수한 울트라급으로 놓고 나머지 기능을 끈 상태에서 측정을 시작했다.
결과는 최저 41프레임 이상, 최대 96 프레임 정도로 표시되었다. 일반적으로 초당 30프레임 이상이 표시되면 정상적인 게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는 훨씬 부드러운 프레임 하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연산량이 많은 환경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텍셀레이션 처리를 중간수준인 노멀 급으로 놓고 안티앨리어싱을 2배로 늘렸다. 상당히 세밀한 그래픽을 볼 수 있지만 연산량이 더욱 늘어난다.
결과는 최저 37프레임 이상, 최대 80프레임이 표시되었다. 연산량이 대폭 늘어나는 조건에서도 게임에 적합한 최저 30프레임 이상을 유지해냈다.
총평 - 넓은 화면과 더 좋은 게이밍 경험을 제공
기가바이트 P37W v4는 가끔 이동하면서 사용하면서 최대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게이밍 노트북이다. 넓고 품질 좋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노트북의 불편함을 최대한 해소하고 텐키패드가 달린 풀 사이즈 키보드와 게임 전용 키를 탑재해 조작성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SSD와 HDD의 조합을 통해 빠른 데이터 입출력 속도와 넓은 저장공간을 실현했다.
넉넉한 경제사정으로 여러 대의 기기를 쓸 수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데스크탑PC와 노트북PC, 가정에서 쓸 태블릿 용도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단 한 대의 기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장 강력하고 확장성이 좋으면서도 이동성까지 가진 제품을 찾기 마련이다.
이 제품은 그런 용도에 비교적 잘 어울린다. 하드코어 게임, 동영상과 사진 가공 같은 생산성 작업, 웝서핑이나 문서작성까지 전부 한 대로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기가바이트 P37W v4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안병도 기자
(catchrod@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