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리프트와 HTC 바이브 같은 가상현실 헤드셋이 이미 출시된 상태다. 물론 이미 기어VR 같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상현실 헤드셋은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올 하반기에는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를 이용한 플레이스테이션VR도 나온다. 하지만 오큘러스리프트와 HTC 바이브 등 PC를 활용한 가상현실 헤드셋이 지금 당장은 가장 뛰어난 화질로 가상현실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인 건 분명하다.
문제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이에 걸맞은 고사양 PC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PC 출하대수 14억 3,000만 대 가운데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PC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고사양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 오큘러스·바이브, 사양툴 확인부터=그렇다면 오큘러스리프트나 HTC 바이브를 구입하려면 어떤 PC를 고르는 게 좋을까. 일단 집안에 있는 기존 PC가 이들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대로 지원하는지 여부부터 따져보는 게 좋겠다.
오큘러스리프트와 HTC 바이브는 모두 PC 사양 확인을 위한 툴을 제공한다. 이 툴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오큘러스리프트는 호환성 툴(Oculus Rift Compatibility Tool)을 설치한 뒤 실행하면 1분 남짓이면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운영체제, USB 등 항목별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 표시가 나오면 당연히 오큘러스리프트 실행 환경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HTC 바이브도 스팀VR 성능 테스트(SteamVR Performance Test)라는 툴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이 툴은 스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환경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행하면 오큘러스리프트와 마찬가지로 가상현실 사용 가능 혹은 불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이들 툴이 PC 사양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권장 사양 이상인지 아닌지만 확인해주는 것. 오큘러스리프트와 HTC 바이브가 요구하는 사양은 이렇다. 일단 CPU는 인텔 코어i5-4590 이상이어야 한다. GPU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970 이상이나 AMD 라데온 R9 290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노트북은 지포스 GTX980 이상이다. 메모리는 8GB 이상이며 운영체제는 윈도7 SP1 64비트 이상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외부 확장 단자다. 일단 HDMI 1.3, 디스플레이포트 1.2 이상이 필요하다. USB 단자는 HTC 바이브는 USB 2.0 단자 1개 이상이 필요하지만 오큘러스리프트는 USB 3.0 단자 3개가 필요하다. 상당한 고성능 PC를 조건으로 삼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말 그대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사양을 말하는 것이다. 오큘러스리프트나 HTC 바이브를 더 원활하게 하려면 더 높은 사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들 가상현실 헤드셋이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이유는 2160×1200에 이르는 높은 해상도를 90Hz 높은 프레임 속도로 구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PC에서 즐기는 1080p 풀HD 게임과 견준다면 무려 3배에 달하는 성능을 요구하는 셈이다.
◇ ‘코어i7-6700·메모리 16GB·GTX1080’=그렇다면 실제로 원활한 구동을 위한 PC를 구성하려면 어느 정도면 될까. 오큘러스리프트의 경우 오큘러스리프트 레디PC를 에이수스, 델과 손잡고 선보이기도 했는데 참고가 될 수 있겠다. 고사양 모델을 보면 인텔 6세대 코어i7-6700이나 i7-6700K 같은 모델을 사용한다. 이들 모델의 차이는 K, 그러니까 배수 해제를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다. 오버클록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른 것. i7-6700 이상이면 가상현실 워너비 PC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i7-6700은 스카이레이크, 인텔 6세대 코어로 쿼드코어에 8스레드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소켓 방식은 LGA1151을 지원한다. 동작 클록은 3.4GHz지만 터보부스트 모드를 이용하면 4GHz까지 클록을 끌어올릴 수 있다. L2 캐시는 6MB이며 TDP는 65W다. 이 제품은 인텔 터보부스트 2.0과 DDR4 메모리, 썬더볼트3 등을 지원한다.
내장 그래픽도 인텔HD그래픽스530을 갖췄지만 앞서 밝혔듯 그래픽카드는 따로 구입하는 게 좋다. 사실 가상현실용만 아니라면 일반적인 3D 게임에선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존 모델인 브로드웰이 768GFLOPS인 반면 6세대 코어에 들어간 인텔 HD그래픽스는 1,152GFLOPS까지 극적인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렸기 때문. 물론 가상현실을 위해선 별도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물론 코어i7-6700K 같은 배율 잠금을 푼 오버클록 모델을 고른다면 더 원활한 시스템 구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오버클록을 하면 기본 클록보다 20% 이상 높은 4.8GHz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CPU를 i7-6700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메인보드를 바꿔야 하며 메모리는 DDR4를 선택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DDR4 PC4-17000 8GB 같은 모델 2개를 이용해 16GB로 구성하면 메모리는 충분할 듯하다. 16GB를 권하는 이유로는 실제로 스카이레이크는 메모리 용량을 늘어날수록 부하가 큰 작업에서 더 큰 성능 차이를 보인다는 것 때문이다. 같은 작업을 할 경우 8GB보다 16GB가 (작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1배 이상 빠른 차이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
또 메인보드는 애즈락 B150M PRO4, 기가바이트 GA-B150M-DS3H 듀러블에디션, 에이수스 Z170-A 같은 모델 중에서 고르면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스카이레이크, 6세대 코어는 CPU가 빨라진 건 물론 DDR4 메모리, PCI 익스프레스 3.0 같은 지원군을 통해 전반적인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용 PC로 어울리는 구성이 될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GTX980을 구입해도 좋겠지만 가격 부담이 없이 정말 끝판왕을 원한다면 5월 27일 이후 출시될 GTX1080을 구입하는 게 당연히 더 좋다. GTX1080은 기존 GTX980을 SLI로 구성한 것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가상현실 관련 성능이 탁월하다. 엔비디아 설명을 빌리자면 GTX980과 견줘 가상현실 성능은 무려 2.7배나 빠르다.
그 밖에 저장공간은 부팅용으로 SSD는 256GB, 여기에 데이터 저장용으로 하드디스크를 곁들이면 좋다.
추천 사양은 앞서 설명한 오큘러스리프트의 가상현실 레디PC 사양을 보면 적당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에이수스가 발표한 레디PC인 에이수스 ROG G20CB를 보면 인텔 코어i7-6700에 GTX980, DDR4 메모리 16GB, 저장공간은 SSD 256GB에 하드디스크 1TB를 갖추고 있다.
PC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쾌적하게 이용하려면 당연하지만 고성능 PC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일단 자신의 PC가 가상현실 헤드셋이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또 PC를 업그레이드하겠다면 아직까지 가상현실 헤드셋 1세대가 요구하는 조건이 이 정도인 만큼 되도록 얼리어답터라면 여유있게 시스템을 꾸미는 게 좋을 듯하다.
| 2016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