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하드디스크(HDD)가 탄생한지 60년이 지났다. 세계 첫 HDD는 1956년 IBM이 출시한 라막(RAMAC)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DD는 이때부터 무려 60년 동안 컴퓨팅 세계 제일선에서 활동 중인 특이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것.
IBM의 라막은 24인치 크기 플래터 50장을 내장하고 있었다. 전체 시스템은 대형 냉장고 2개 분량이었고 여기에 HDD 장치를 위한 전용 공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저장 용량은 5MB에 불과했다.
어쨌든 라막이 인기를 끌자 IBM은 HDD 대용량화와 소형화에 대한 요구에 맞춰 1962년 IBM 1311이라는 디스크 드라이브를 내놓는다. 라막에서 24인치 크기였던 플래터는 이 제품에선 14인치로 작아진다. 전체 시스템 크기도 세탁기 수준까지 줄어든다. 각 디스크팩에는 2MB씩 파일을 저장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HDD의 대용량화와 소형화는 계속됐다. 1964년 IBM이 발표한 메인프레임인 시스템/360(System/360) 이후 후속 시리즈까지 인기를 끌고 IBM이 HDD 장치 연결 표준화를 하면서 타사 HDD도 속속 태어난다.
1970년대까지 컴퓨터는 값비싼 물건이었다.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대학이 사용하는 특수 장비였던 것. 하지만 메모리 칩과 다른 전자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PC가 탄생하게 된다. 초기 개인용 컴퓨터 저장장치로 사용됐던 건 종이테이프나 천공카드였다. 용량도 물론 작았다. 이후 천공카드는 플로피디스크로 대체됐고 1980년대에는 HDD가 사용되게 된다.
1980년 슈가트테크놀로지가 출시한 5.25인치 크기에 용량 5MB짜리 HDD는 1,500달러였다. 80년대 인기를 얻은 슈가트테크놀로지는 이후 씨게이트테크놀로지로 사명을 바꾼다. 90년대까지 HDD 크기는 현저하게 줄었고 이후에는 3.5인치 크기가 주류가 된다.
HDD 활용폭을 넓힌 중요한 사건으로는 1980년대 후반 UC버클리 컴퓨터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에 소개된 레이드(RAID)를 빼놓을 수 없다. 레이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미 1970년대부터 있었지만 레이드라고 명명하고 일반화, HDD를 묶어서 중복성을 유지하는 기술은 지금은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80∼90년대 사이 5.25인치에서 3.5인치 크기로 HDD 주력 제품이 바뀐다. 노트북에선 2.5인치도 있지만 주력은 3.5인치이며 20년 이상 변하지 않았다. 주력 제품 크기가 바뀌지 않은 반면 HDD 인터페이스는 IDE와 SCSI, ATA, SATA, PCI 익스프레스 등 빠르게 바뀌어왔다. 또 디스크 회전수도 5,400rpm에서 7,200rpm, 일부 제품은 15,000rpm이 등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 1MB당 용량 단가는 1,000달러였다. SSD는 현재 1달러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결국 SSD가 일반용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용량 단가도 HDD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SSD는 속도와 전력 효율, 신뢰성 등을 앞세워 서서히 HDD를 대체하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DD에서 SSD로의 전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상태다. HDD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씨게이트는 HDD가 앞으로 15∼20년 동안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HDD도 용량을 높이는 기술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HDD가 완전히 SSD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안에 100TB HDD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16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