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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 때문? 게임 속 '극우' 논란도 절정

    • 매일경제 로고

    • 2016-12-14

    • 조회 :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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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관계에 싸늘한 냉기가 감돈다. 지난해 말 위안부 문제 졸속 협상으로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데, 오사카에선 와사비 테러부터 묻지마 폭행까지 ‘혐한’ 사건이 터져나왔다. 서울서 일왕 생일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런 시국 탓일까? 최근 SIEK는 일본 야쿠자를 다룬 게임 ‘용과 같이 6’ 국내 발매를 돌연 중단했다. 취소 사유는 ‘게임 내용’ 때문이란다.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는 SIEK의 바람과 달리, 이 사태는 게임 속 ‘극우’ 논란이 재점화됐다. 유통사와 개발사 모두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일본어판을 통해 ‘극우’ 관련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 사실상 확인된 상황. 이전에도 몇몇 게임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이처럼 기대작이 단칼에 취소된 것은 처음이라 유저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크다.


    ▲ 돌연 한국어화 정식 발매가 취소된 '용과 같이 6' (사진출처: 세가게임즈)

    ‘극우(極右)’란 극단적인 우파로, 일본의 경우 우익사관에 입각해 옛 제국 시절을 찬양하고 역사왜곡을 일삼는 자들을 가리킨다. 황군의 기치를 되찾자며 재무장을 주장하는가 하면 대동아 공영권, 식민지 근대화론 등 갖은 궤변으로 전범국의 책임을 부정하고 되려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데 앞장서고 있다.

    과거 제국주의 전횡에 시달렸던 한국을 비롯한 여러 피해국은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고 ‘극우’를 지탄해왔다. 특히 일본은 북미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게임 대국이므로, 게이머라면 좋든 싫든 ‘극우’ 논란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논란을 접한 후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개발사에 등을 돌리거나,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 등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야마토’ 전함부터 욱일기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들

    ‘용과 같이 6’를 둘러싼 ‘극우’ 논란의 핵심은 ‘초 야마토’ 전함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자랑이었던 거함 ‘야마토’의 후신으로, 예산 부족 때문에 실제로 건조되지는 못했다. 당시 일본은 군축조약까지 탈퇴하며 ‘야마토’를 건조해 전쟁을 준비했다. 이 때문에 ‘야마토’는 현재까지도 일본의 군국주의, 나아가 제국주의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진다.


    ▲ 세계 최대의 전함이자 일본 제국주의 상징 '야마토' (사진출처: 워게이밍)

    그런데 게임 속 등장인물은 ‘야마토’를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일본의 보물’이라고 호평하고, 후반부에는 ‘초 야마토’가 종전 즈음 완성됐다는 다소 무리한 전개가 펼쳐진다. ‘야마토’도 모자라 ‘초 야마토’의 실존은 군국주의 미화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일을 주도한 조직은 주인공 ‘키류’에게 소탕 당하는 악역으로, 게임 자체가 ‘극우’를 지향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외에도 내년 한국어화 발매를 앞둔 ‘페르소나 5’는 주연 캐릭터의 신발에 새겨진 ‘욱일기’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태양이 주위로 붉은 빛을 내뿜는 형상의 ‘욱일기’는 일본제국 군기로, 그 군홧발에 짓밟힌 민족의 상처를 헤집는 전범기다. 따라서 국내 유저들은 게임 내에 ‘욱일기’나 이와 유사한 문양에 대해서 즉각 수정을 요청해왔다.

    ‘욱일기’에 쓰인 욱광(旭光) 무늬는 일본제국 이전부터 풍요의 상징으로, 지금도 일본뿐 아니라 여러 서방 국가에서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려지고 있다. 간혹 ‘월드 오브 워쉽’이나 네이비필드’ 등 해전을 다룬 게임에서 고증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범기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원활한 국내 서비스를 위해 일장기로 전면 교체한 사례도 적잖다.


    ▲ 큰 물의를 빚었던 '월드 오브 워십' 영상 속 욱일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욱일기’는 쓰임이 광범위한 만큼 이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91년작 ‘스트리트 파이터 2’ 욕탕 배경에 등장하는 ‘욱일기’는 매우 유명하며, 국내에도 정식 발매된 ‘슈타인즈 게이트’, ‘하얀고양이 프로젝트’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GTA 5’, ‘배트맨: 아캄나이트’ 등 ‘극우’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해외 대작까지도 ‘욱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위안부의 ‘사죄와 배상’ 요구에 조롱으로 답하는 ‘극우’

    이렇다 보니, 정치적 의도가 없는 장식적 사용에까지 낙인을 찍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페르소나’는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극우’ 혐의가 있어왔기에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전작 ‘여신전생’ 때부터 욱광 무늬가 즐겨 사용됐고, ‘페르소나 4 디 얼티맥스 울트라 수플렉스 홀드’에선 ‘사죄와 배상’이란 표현이 대사로 삽입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국내에 한국어화 발매까지 됐다.

    문제의 표현은 위안부 및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내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는 표어를 비꼰 질 나쁜 조롱이다. 주로 ‘극우’ 콘텐츠에서 어떠한 캐릭터가 징징거리며 “~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라고 외치는 식이다. 당연히 일반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고, 전후 맥락에서 ‘극우’적 메시지를 집어낼 수 있다. CFK가 국내 유통한 ‘신차원게임 넵튠 V’에도 이와 똑같은 표현이 나온다.


    ▲ 위안부 조롱하는 '사죄와 배상' 표현을 쓴 '페르소나 4 USH'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콘텐츠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개발사 혹은 원작자가 ‘극우’ 발언을 하여 불똥이 튀기도 한다. 만화 ‘진격의 거인’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으나, 원작자가 ‘일본과 나치는 다르며, 식민통치 덕분에 조선인의 수명이 2배가 됐다’고 주장한 정황이 포착되어 삽시간에 팬덤이 와해됐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은 ‘진격의 거인’ 게임의 한국어화 발매가 확정되자 게임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대한국어화 시대의 역풍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설령 ‘초 야마토’에 ‘극우’적인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해도, 역사적 상흔을 간직한 국내 유저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이 분다’에서 군국주의 상징 ‘제로센’을 미화했다고 비난을 받고, 모 아이돌이 욱광 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었다가 시청자의 지탄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모든 논란에도 ‘극우’ 콘텐츠를 검열해야 하는가, 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다. 조그마한 욱광 무늬 하나까지 철저히 제거하자는 강경론도 있고, 개발자가 어떠한 의도로 해당 요소를 넣었는지 따져보자는 온건파도 있다. 정부나 유통사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게이머가 본인의 역사관을 토대로 직접 판단할 일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 '극우' 콘텐츠를 검열해야 할까, 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게임 속 ‘극우’ 논란은 ‘용과 같이 6’가 처음이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양국간 갈등이 상존하는 만큼 작은 불씨도 금새 큰 화재로 번진다. SIEK는 발매 취소라는 몸을 사리는 길을 택했다. 이것이 과연 현명한 처신인지는 업계도 유저들도 쉽사리 답을 낼 수 없다. ‘대한국어화 시대’의 기치 아래 일본게임 발매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반면, 시국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주요 관계사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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