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세계기행] '김피탕' 된 마비노기, 시작은 아일랜드 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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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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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마비노기' 세계관에는 부드러우면서도 서사시적인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마비노기’는 당시만 해도 게임 속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판타지 라이프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게임성을 뒷받침해준 것이 바로 아일랜드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독특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세계관이었다. ‘마비노기’에 등장한 많은 인물이나 지역은 실제 아일랜드 신화에서 따온 것이었고, 게임의 주요 스토리에 해당하는 ‘메인스트림’도 아일랜드 신화를 흥미롭게 각색한 내용이어서 색다르면서도 흥미진진한 소설 같은 서사적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러한 세계관과 ‘메인스트림’에 흥미를 느껴 ‘마비노기’를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비노기 세계관은 원래의 분위기를 잃어갔다. 문제는 너무 많은 새 콘텐츠의 추가였다. 새 요소가 기존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아도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따라서 세계관 전체 분위기도 애매해진 것이다. ‘마비노기’ 세계관에서는 더 이상 아일랜드 신화에 바탕을 두었던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정글을 탐험하는 고고학 발굴단, 물 대포를 쏘는 연금술사, 셰익스피어 등은 아일랜드 신화와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금의 ‘마비노기’ 세계관은 더 이상 특징을 정의하기 힘든 무언가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온갖 내용이 끼어들다 보니 본래 아일랜드 신화를 바탕으로 짜여있던 ‘마비노기’ 세계관과 ‘메인스트림’도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설정에 모순이 생겼고, 은근슬쩍 바뀐 부분도 많다. 완성도 높던 세계관과 ‘메인스트림’이 방향성을 잃는 것을 보고 실망해 이탈한 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세계관과 흥망성쇠를 같이 한 ‘마비노기’. 대체 원래는 어떤 설정이었고, 어떻게 바뀌었길래 문제가 된 것일까?

    아일랜드 신화 익숙한 모습으로 재해석했던 ‘마비노기’ 세계관

    ‘마비노기’ 세계관은 본래 아일랜드 신화 특유의 서사시적 전쟁 이야기를 기초로 한다. 아일랜드 신화의 주요한 특징은 바로 ‘에린’이라고 불리는 고대 아일랜드 땅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종족이 벌이는 치열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특징은 아일랜드 신화를 다룬 문헌 중 하나인 ‘에린 침략의 서(Book of the Taking of Ireland)’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비노기’의 초기 세계관은 바로 이 ‘에린 침략의 서’ 내용 중 ‘신화기(Mythological Cycle)’에 해당하는 내용을 틀로 삼았다. 이를테면 '고전의 각색'이었던 셈이다.

    ‘에린 침략의 서’는 성서에 언급되지 않는 인물인 노아의 아들 비스와 그의 딸 케사르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노아의 방주에 타도록 허락 받지는 못했지만, 홍수가 닥치기 전에 먼 곳으로 도망가 재앙을 피하라는 경고를 받고 항해에 나섰다. 그들이 긴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에린이었다. 하지만 결국 홍수가 시작되자 아일랜드도 물에 잠기고 오직 케사르의 배우자였던 핀탄을 제외한 모두가 죽고 말았으며, 그 후로 포모르(Fomor), 파르솔론(Partholon), 네메드(Nemed), 피르 보어(Fir Bolg), 투아하 데 다난(Tuatha De Danann), 밀레시안(Milesians)이라는 종족이 순서대로 나타나 에린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게 된다.

    신화와의 유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마비노기’ 세계관도 이러한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마비노기’ 세계관은 ‘아튼 시마니’라는 조물주가 여러 세계와 신들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에린도 이렇게 창조된 세계 중 하나다. 또한 아일랜드 신화처럼 ‘마비노기’의 에린에도 여러 종족이 나타나 신화와 비슷한 운명을 맞는다. 이 중 퀘사르라는 인물이 이끌던 최초의 거주민 반족은 창조신의 분노를 사 홍수로 멸절했고, 이후 나타난 파르홀론족, 네베드족은 포워르라고 하는 마족과 싸워 패하여 몰락했으며, 마지막에 나타난 투아하 데 다난족이 결국 포워르를 물리치고 에린을 지배한다. ‘에린 침략의 서’에 나온 아일랜드 신화의 서사시적 전쟁 이야기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 '마비노기'도 아일랜드 신화처럼 에린을 놓고 벌어지는 종족간 대립이 주된 내용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도 ‘마비노기’는 신화와 마찬가지로 에린의 지배종족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주요 이야기로 삼았다.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도 종족간 전쟁의 결과다. 파르홀론족이 포워르 역병에 의해 전멸한 센마이 평원은 곳곳에서 이름 없는 묘비와 건물의 잔해가 보이는 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피오드 던전은 투아하 데 다난 중 일부가 포워르와 싸우다 도망친 피난처가 모종의 사건으로 던전이 된 곳이다. 또한 에린 곳곳에 작동하는 문 게이트는 사실 포워르와 투아하 데 다난족이 싸울 때 한 마법사가 공격용으로 떨어뜨린 달의 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설정이 있다.

    '마비노기'의 주요 스토리라인인 ‘메인스트림’의 내용도 투아하 데 다난과 포워르 사이가 에린을 놓고 벌인 큰 전투인 ‘모이투라 전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비노기'에서 ‘모이투라 전투’는 포워르가 투아하 데 다난족에게 가한 대대적인 공습이다. 이 공습으로 투아하 데 다난족은 왕 누아자가 살해되고 왕성을 빼앗기는 등 큰 피해를 입지만, 결국 영웅 루 라바다의 활약과 여신 모리안의 도움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포워르를 물리친다. 특히 모리안은 자기 자신과 함께 포워르를 던전이라는 이공간에 봉인시켜 다시는 에린에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게임 시작 시점에서는 시간이 많이 흘러 던전의 봉인이 약해지고 포워르도 하나씩 다시 나타나고 있다.

    '마비노기'의 이야기는 여신 모리안이 자신의 봉인을 풀고 다시 한 번 포워르를 막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온 종족인 밀레시안(주인공)을 부르며 시작한다. 챕터 1 ‘메인스트림’은 주인공은 결국 여신을 구하고 포워르의 재침공을 막아내 투아하 데 다난족을 구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신이 저지른 어두운 비밀들도 함께 알게 된다는 흥미진진한 내용을 다룬다. 물론 '메인스트림'이 진행됨에 따라 투아하 데 다난족, 포워르, 그리고 새로 나타난 주인공 종족인 밀레시안이 에린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어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마비노기'는 아일랜드 신화라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면서도 안정된 서사구조는 입증된 모티프를 차용하여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관을 구축해냈다.


    ▲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완급을 잘 조절해낸 챕터 1 '메인스트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고 ‘마비노기’가 아일랜드 신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었다. '마비노기' 세계관은 신화의 흥미로운 부분은 차용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과감하게 빼거나 수정했다. 사실 아일랜드 신화는 고대를 배경으로 한 탓에 오늘날 국내 이용자가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생소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마비노기’는 아일랜드 신화를 엄밀히 고증하는 대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중세 판타지로 변환시켰다. 지나치게 독특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대중적인 친화성도 확보했던 것이다. 실제로 '마비노기'는 전쟁과 음모가 판치는 어두운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중간중간 섞이는 농담 등으로 완급을 잘 조절해냈다.

    이처럼 ‘마비노기’ 세계관은 아일랜드 신화의 종족간 대립에 입각한 독특한 서사성은 살리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특히 ‘메인스트림’의 신화를 그럴 듯하게 각색한 새로운 스토리는 ‘마비노기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등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데브캣 스튜디오 초대 팀장 김동건이 떠나고 챕터 2가 시작하면서부터 ‘마비노기’ 세계관은 큰 변화를 맞아야 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아일랜드 신화에 중남미 대륙이? 갑작스러운 '이리아 대륙' 추가

    챕터 1 이후의 세계관과 ‘메인스트림’ 스토리는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새로 추가된 설정들이 기존 설정과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챕터 1이 끝난 후 많은 팬들은 ‘메인스트림’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챕터 2에서는 ‘메인스트림’ 진행이 거의 중단됐다. 게다가 챕터 3부터 재개된 ‘메인스트림’은 기존의 스토리를 이어받아 완성시키기는커녕 설정오류 범하는 전개를 반복해 완성도 높던 세계관을 모순투성이로 만들었으며, 챕터 4는 엉킨 설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다 세계관을 더욱 복잡하게 꼬아놓았다.

    ▲ 갑작스러운 이리아 대륙 추가는 세계관의 맥락을 크게 흔들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챕터 2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소를 대거 추가하여 자유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시작은 중남미 대륙을 본 딴 이리아 대륙이었다. 이리아 대륙은 새롭고 신기한 동물을 발견해서 스케치하거나, 정글과 사막에 숨겨진 고대 유적을 발굴하거나, 고고학 유물을 모으는 등 탐험과 발굴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내세웠다. 물론 전에 없던 요소를 추가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 점은 나름 의미가 있는 변화였다. 하지만 이는 ‘마비노기’ 세계관의 전체 분위기에 큰 해를 끼친 처사였다. 챕터 1까지의 ‘마비노기’가 에린이라는 세계를 두고 벌어지는 투아하 데 다난과 포워르의 대립을 다루고 있었던 반면, 챕터 2는 중남미 탐험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챕터 2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면도 있었다. 문제는 에린을 차지하기 위한 포워르와 투아하 데 다난의 대립이라는 기존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이었다. 챕터 2에서 갑작스럽게 주요 소재가 바뀌다 보니 세계관의 근간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큰 인기를 누리던 ‘메인스트림’ 진행도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챕터 1에서 중요한 역할이었던 여신 모리안이 어떻게 됐는지, 다시 에린을 침공할 준비를 하러 돌아간 마신 키홀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즉, 챕터 2에 이르러 ‘마비노기’는 새로운 콘텐츠를 너무 욕심 내다가 기존 세계관의 콘셉트를 완전히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너무 나갔다, 스토리 진도 빼다 세계관 엎어진 챕터 3과 챕터 4

    이처럼 챕터 2가 기존 ‘마비노기’ 세계관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뒤이어 공개된 챕터 3에서는 다시 본래의 스토리로 돌아가 ‘메인스트림’을 급히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아일랜드 신화에 기초했던 옛 세계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성급하게 진행시킨 스토리는 더욱 세계관을 복잡하게 꼬아놓을 뿐이었다.

    연금술을 소재로 삼은 챕터 3은 세계를 창조하는 데 쓰인 ‘운명의 돌 칼리번’을 놓고 벌어지는 신들의 대립을 다루었다. 하지만 너무 극적으로 신의 힘과 위상을 조명하다 보니 기존 설정들은 더욱 심하게 바뀌고 말았다. 연출에 집중하느라 함부로 전개시킨 이야기들이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아직도 게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성급한 스토리 진행 중 누아자는 인간의 왕에서 신으로 은근슬쩍 설정이 변경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모순은 바로 종족이나 역사 등 ‘마비노기’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예컨대 게임 내 던바튼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설정 정보를 담은 책 ‘모이투라의 영웅, 빛의 기사 루’에는 누아자 아케트라브가 투아하 데 다난족의 왕이라고 쓰여있지만, 정작 챕터 3에 등장한 누아자는 게임 내에서 인간으로 묘사되는 투아하 데 다난족이 아니라 신으로 등장한다. 한 인물의 종족과 위상이 기존 설정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챕터 1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이멘 마하의 참극'은 본래 포워르가 이멘 마하라고 하는 도시를 습격해 다수의 사망자가 난 사건이었지만, 챕터 3에서는 새로 추가한 연금술사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실은 사악한 연금술사 조직인 '아라트 연금술학회'가 저지른 사건으로 급격히 설정을 전환했다. 이러한 설정 변경은 빠르고 극적인 이야기 전개는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관을 한 순간에 바꾸어버린 바람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그 다음 추가된 챕터 4는 가히 설정 파탄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아일랜드 신화와 한참 동떨어진 셰익스피어라는 소재를 내세운 챕터 4는 기존에 있던 설정오류를 모두 작위적으로 수정하기 위해 나온 셈이었다. '마비노기'에서 셰익스피어는 실제로 행방이 묘연했던 1585년부터 1592년까지의 기간 동안 차원이동으로 에린에 와 있었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또한 그는 최초의 밀레시안으로 약 5천년 가까운 세월을 환생하며 살아오기도 했다.

    ▲ 연극 대본 고치듯이 설정을 바꿔버린 챕터 4 셰익스피어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굳이 다른 누구도 아닌 셰익스피어가 이런 방식으로 '마비노기'에 등장해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극작가이자 이차원에서 온 존재인 셰익스피어가 먼 과거로부터 에린의 역사에 개입해왔다는 설정을 넣기 위해서였다. '마비노기'는 기존에 있었던 많은 설정오류가 실은 옛날부터 살아온 셰익스피어라는 초인에 의해 처리된 일이었다는 식으로 일괄 처리했다. 예를 들어 전염병으로 몰살됐다는 파르홀론족의 후예가 어떻게 티르 코네일이라는 마을에 살아남아있다는 설정상 구멍은 '사실 남들 모르게 셰익스피어가 일부 아이들을 대피시켜 세운 마을'이라는 식으로 처리됐다. 이는 세계관 내에서 이야기의 매끄러운 결말을 낼 수 없게 되자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등장시켜버린 처사였다.

    하지만 역으로 셰익스피어의 존재는 세계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셰익스피어라는 특별한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더욱 근본적인 설정부터 바꾸어야 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밀레시안 종족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들을 에린으로 불러들이는 차원문 '소울스트림'은 무엇인지, 그들을 대하는 에린 신들의 태도는 또 어떠한지 등이 모두 수정되어야 했다. '마비노기' 세계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작위적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기존 설정들을 다시 한 번 크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됐다.

    이렇게 세계관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동안 '마비노기'는 기존에 있던 분위기와 서사성을 거의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더 이상 '마비노기'가 아일랜드 신화라는 뿌리를 신경 쓰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미개척의 대륙, 연금술, 셰익스피어는 모두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매력적인 요소들이지만, 아일랜드 신화의 '에린을 쟁취하기 위한 종족들 사이의 대립'이라는 주제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러나 '마비노기'는 기존 설정과의 조화는 경시하고 새로운 것만 무턱대고 추가해댔다. 그 결과 '마비노기' 세계관은 사실상 누더기 세계관이 되고 말았다.

    세계관 완성도 유지 위해서는 통일성과 완결성이 중시했어야

    '마비노기' 세계관은 초기에는 아일랜드 신화 세계관이 지닌 독특한 서사성을 대중적인 이미지로 각색해 친화성까지 확보한 좋은 설정이었다. 챕터 1 당시 '마비노기'가 누린, 특히 '메인스트림'의 인기는 잘 만든 세계관이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 보여준 세계관의 방향성 불분명한 변화는 챕터 1에서 쌓아둔 짜임새 있는 서사와 분위기를 모두 말소시켰다.

    사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유는 처음에는 세계관 외적인 부분에서 비롯됐다. 먼저 새로운 대륙, 아이템, 스킬 등을 내놓고, 거기에 맞춰 무리하게 설정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마비노기'의 세계관은 아일랜드 신화를 바탕으로 한 중세 판타지인 만큼, 본래 방향성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요소들을 추가하면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비노기'는 본래 게임의 성격과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고 오지 탐험, 연금술, 쌍권총 등 부합하지 않는 요소를 마구잡이로 도입하여, 세계관을 감당할 수 없는 선까지 뒤틀고 말았다.


    ▲ 원래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진 최근의 '마비노기' 세계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물론 '마비노기'는 거의 14년이나 된 게임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변화하지 않은 채 첫 모습만 계속 지켜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적어도 변화는 점진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기존 세계관의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챕터 1이 끝나자마자 챕터 2에서 보여준 신대륙 탐험 요소는 지나치게 뜬금 없고 갑작스러웠다. 챕터 2의 스토리가 부재한다는 문제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해서 세계관과 '메인스트림'을 진행시킨 챕터 3과 4는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인 방식으로 스토리를 끌고 갔다. 결국 의도만 앞서고 기존 세계관과의 연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처럼 급격한 변질의 연속으로 '마비노기' 세계관은 더 이상 이도 저도 아닌 '누더기 세계관'이 되고 말았다. 본래 '마비노기'의 프리퀄로 예정되어있던 '마비노기 영웅전'도 아예 세계관의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노선을 갈 수밖에 없었던 점은, 지금의 '마비노기' 세계관이 자회사에서 제작된 연계작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꼬여있음을 보여준다.

    '마비노기' 세계관이 걸어온 길은 아무리 기반이 탄탄해도, 본래의 콘셉트를 벗어나 무분별하게 여러 요소를 쌓아 올리다 보면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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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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