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서부물 배경 엑스컴에 RPG를 더했다 '하드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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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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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컴 기반에 '기괴한 서부' 분위기의 RPG 요소를 첨가한 '하드 웨스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엑스컴' 특유의 사각격자 지도 위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전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제 해도 흥미진진한 재미가 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 제작자들은 ‘엑스컴’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예컨대 ‘재기드 얼라이언스’, ‘섀도우런’, ‘제노넛’ 등은 ‘엑스컴’과 비슷한 전투방식에 자신만의 색채를 추가한 게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도 ‘엑스컴류’ 게임을 보면 식상함 보다는 관심부터 갖게 된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말,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엑스컴'의 고전적인 재미를 꽤 독특하게 각색해서 내놓은 작품이 하나 나와 이목을 샀다. 바로 '하드 웨스트'다.

    '하드 웨스트'는 기괴한 서부(Weird West)라는 독특한 장르적 배경에서 진행되는 엑스컴식 턴제 전술 게임이다. '하드 웨스트'는 턴제 총격전을 기반으로 초자연적인 요소들과 몰입감 있는 서부물 스토리를 더해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출시 1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엑스컴을 좋아하는 게이머를 위해 소개합니다)


      ▲ '엑스컴' 팬이라면 친숙할 인터페이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물론 '하드 웨스트'는 일견 서부물 스킨을 씌운 액스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하드 웨스트'는 '엑스컴'을 모티프로 삼은 만큼 꽤나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쿼터뷰 시점에 격자 지도 위에서 벌어지는 턴제 전술 게임이라는 점, "이동 두 번 혹은 이동 한 번 사격 한 번"의 행동 규칙, 엄폐를 끼고 벌어지는 총격전 등 ‘엑스컴’에서 봤던 요소들도 대부분 그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하드 웨스트'의 강점은 이미 재미가 검증된 게임 방식에 더해진 초자연적 특수기술, 그리고 RPG 요소를 첨가한 드라마틱한 전개다. 이번 리뷰에서는 '하드 웨스트'가 '엑스컴' 및 그와 유사한 방식의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기 위해 갖추고 있는 특징적 요소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독특한 스토리와 RPG 요소, 악마의 꾀임에 빠진 부자의 비극적인 이야기

    "악마가 이 땅을 배회한다..." '하드 웨스트'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나오는 이야기다. 갑자기 서부물과 악마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초자연적인 악이 도사린 황량한 서부의 이미지는 소설과 영화, 게임 등의 방면에서 의외로 역사가 깊다. 그것이 바로 하드 웨스트가 표방하는 분위기인 '기괴한 서부'다.

    '기괴한 서부'는 통속적인 서부물에 호러, 판타지, 스팀펑크 등의 다른 장르를 접목시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서브장르다. 다시 말해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SF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기괴한 서부의 대표작 중 하나인 RPG '데드랜드'에서는 인디언 좀비가 나오고, TV 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영화에서는 미치광이 과학자가 자기 발명품인 중무장 거대 거미 로봇으로 연방정부 전복을 시도한다. 물론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형민우 작가의 만화 '프리스트'도 '기괴한 서부' 장르에 속한다. 이처럼 ‘기괴한 서부’는 서부물 특유의 메마르고 무법이 판치는 분위기에 신비스럽고 괴이한 요소를 녹여낸 독특한 재미를 자아낸다.

    ▲ '기괴한 서부'답게 악마도 자주 등장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드 웨스트'는 이처럼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할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확고한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기괴한 서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기괴한 서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스토리에 참여해 여러 갈래의 스토리를 스스로 체험하며 선택해갈 수 있는 RPG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사실 '하드 웨스트'에서 스토리와 분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하드 웨스트’의 스토리는 어떨까?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금광을 찾아 서부로 떠난 한 가족의 아버지와 아들 역할을 번갈아 맡게 된다. 하지만 황금에 눈에 멀어 무법이 판치는 서부로 향했던 이들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곧 모든 걸 잃고 비참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가족, 친구, 재산 모든 걸 잃고, 광맥 탐사는 실패하며, 멕시코 갱단은 계속 더 많은 보호세를 요구한다.


      ▲ 서로 이어지는 내용의 풍부한 스토리가 제공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주인공들은 이처럼 황금에 대한 탐욕, 상실에 대한 분노, 복수를 갈구하는 증오심으로 점차로 어두운 인물들이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선술집에서 술에 진탕 취해있던 아버지는 어느 신비스러운 사내의 접근을 받는다. 아버지는 취기로 혼미한 중에 "아들만 부유해질 수 있다면 영혼을 팔아도 좋다"는 말을 사내에게 해버리고, 사내는 그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며 징표로 부적을 준다.

    그 일이 있은 후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파는 곳마다 금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곧 아버지와 워렌은 금을 노린 사람들 때문에 점점 위험한 처지에 놓인다. 결국 멕시코 갱단에게 납치된 은인의 딸이자 아들의 연인이 된 플로렌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여러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에 아버지는 자신이 함부로 내뱉은 말 때문에 결국 아들까지 위험해진 것을 비관하여 홀로 떠난다.

    그러나 워렌과 그 연인 플로렌스에게 붙은 현상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어느 마을 주점에서 워렌과 플로렌스는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붙잡히고 살해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둘의 영혼은 지옥으로 떨어질 운명이었고, 본격적인 추락에 앞서 잠시 동안 연옥에서 머물게 된다. 이 때 워렌은 아버지와 계약을 맺었던 그 악마와 만나게 된다. 악마는 워렌에게 복수를 하고 플로렌스의 영혼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며 자신의 청부업자가 될 것을 제안하며, 이를 받아들인 워렌은 언데드 총잡이로 되살아나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길을 달리게 된다.

    그 시점부터 스토리에는 본격적으로 '기괴한 서부'의 광기 어린 소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의 막바지에서 연인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고 언데드가 된 아들은, 자신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아버지와 대면하게 된다.


    ▲ 퀘스트에 선택지가 뜨는 등 RPG 요소가 많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용자는 이러한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분기별로 제시되는 선택지를 통해 스스로 결말을 정할 수 있다.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에 따라 스토리는 다른 갈래로 이어진다. 플레이어가 고른 선택지나 충족한 조건들에 따라 주인공들은 영혼이 구원을 받을 수도, 혹은 저주로 파멸할 수도 있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자기 선택에 따라 서사에 개입할 수 있게 해주는 RPG 요소는 이용자로 하여금 보다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 직접 갈 장소를 골라 모험할 수도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 외에도 '하드 웨스트'에는 저주받은 서부를 모험하며 아이템을 수집하거나, 메인 스토리와는 별도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 숨겨진 장소를 찾는 탐험 등 RPG에서 자주 사용되는 요소도 존재한다. 만약 '엑스컴'의 게임 시스템에는 만족했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 성장 요소가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면, '하드 웨스트'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특히 오컬트와 서부물을 좋아한다면 더욱 말이다.

    턴제 기반 총격전에 더해진 미신과 주술, 운수(Luck)와 특수기술

    그렇다면 단지 RPG적 요소만 첨가됐을 뿐 전투 시스템은 '엑스컴'의 카피캣일 뿐인 걸까? 그렇지 않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전투에 있어서도 '하드 웨스트'는 '기괴한 서부'의 느낌을 살린 시스템을 몇 가지 준비했다. 그 중 두 가지가 바로 '운수'와 특수기술이다.

    '하드 웨스트'은 '엑스컴'과 달리 엄폐가 명중뿐만 아니라 받는 피해에도 영향을 준다. 즉 엄폐물 뒤에 숨으면 기본적으로 잘 안 맞을뿐더러, 맞는다 해도 원래 받아야 할 피해보다 훨씬 적은 양의 피해만 입는 것이다. 따라서 엄폐를 잘 끼고 있어도 운이 없으면 한 방에 비명횡사 하던 ‘엑스컴’과 달리, ‘하드 웨스트’는 어느 정도 확정적으로 버티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엄폐만 끼면 오래 버틸 수 있는 게임 방식은 자칫 게임을 너무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서로 엄폐 뒤에 숨어 무의미한 총격만 주고받는 일이 계속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바로 '운수'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소모성 자원인 ‘운수’를 지니고 있다. '운수'는 적의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줄어든다. 그리고 '운수'가 0이 되면 해당 캐릭터를 목표로 한 공격은 무조건 명중한다. 즉 엄폐를 끼고 있어도 계속 공격을 받다 보면 언젠가는 확정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드 웨스트’에서는 엄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곳에 머물며 시간만 끌기 보다는 계속 움직이며 빨리 적을 처치해야 한다.

    그 외에도 '하드 웨스트'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등장하는 '기괴한 서부'가 배경인 만큼 캐릭터들도 여러 주술적인 힘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기술들은 주로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에 의해 획득할 수 있으며, ‘트릭 샷’, ‘악마화’, ‘밴쉬의 울부짖음’ 등, 흔히 서부영화에서 나올법한 기술부터 공포스러운 주술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이러한 특수기술은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 총알을 튕겨 엄폐물 너머의 적을 맞추는 트릭샷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이러한 힘을 사용하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 고성능 특수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수’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에 특수기술의 발동을 위해서는 캐릭터를 매우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만약 캐릭터가 엄폐를 끼고 있다가 적의 공격이 빗맞아 ‘운수’가 감소한다면 특수기술을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기술을 써서 ‘운수’가 바닥난 상태에서는 적의 공격에 확정적으로 피격될 수도 있다.

    물론 '하드 웨스트'의 전투 시스템에서 새로운 것이 운수와 특수기술뿐인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조명에 따른 명중 보정이라거나, 식탁을 뒤집어 엄폐로 활용하는 지물이용 등, '엑스컴'에는 없던 다양한 전술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게임의 서부적인 분위기를 전투에서도 충분히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방식의 전투를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단점은 부족한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텔링

    하지만 특색 있는 스토리와 독창적인 전투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하드 웨스트'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텔링이다. '하드 웨스트’의 특징인 '기괴한 서부' 분위기의 스토리는 흥미롭고 뛰어나지만, 정작 그 스토리를 풀어내는 연출은 너무 단순하고 빈약하다.

    '하드 웨스트' 스토리텔링의 문제는 캐릭터의 감정묘사나 극적인 대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나레이터의 어둡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통해서만 진행된다. 그 덕분에 작품 전체에 흐르는 메마르고 무정한 분위기는 한결 더 살지만, 제3자인 나레이터의 간접적인 묘사만으로는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성격, 감정, 분위기 등을 느끼고 이입하기가 매우 힘들다. 캐릭터의 직접적인 행동과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설명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말이다.

    그뿐 아니다. 캐릭터 연출도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캐릭터 설정도 제대로 챙겨지지 않는다. 작중 설정이 부각되는 캐릭터는 기껏해야 주인공들 정도다. 그 외에 선택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조연 캐릭터는 배경 이야기도 빈약하고 게임 내에서 드러나는 스토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예를 들어 동료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인디언 전사 체베요(Cheveyo)는 부족의 원수를 갚고자 한다는 설정이 있지만, 실제로 그와 관계된 이벤트는 게임 내에서 전무하다. 그런가 하면 무자비한 살인마 동료인 차일드이터(Childeater)는 그 흉악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이를 먹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어떤 과거 이야기도 거론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하드 웨스트’의 동료들은 대부분 아무 성격도 없는 장기 말처럼만 느껴진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엑스컴’도 캐릭터 배경 이야기나 성격이 허술한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엑스컴’에는 캐릭터의 진급에 따른 성장 요소와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있었다. 즉 처음에는 백지와 같은 캐릭터라도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애착을 갖고 차별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드 웨스트’는 육성과 커스터마이즈 요소가 거의 없다. 이미 주어진 캐릭터와 정해진 이야기를 가지고 즐겨야 한다. 그런데 그 캐릭터와 이야기가 재미 없다면? ‘하드 웨스트’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가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A급은 아니다, 그러나 양질의 ‘펄프 게임’

    ▲ 염가에도 불구하고 양질을 자랑하는 DLC '스카즈 오브 프리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약점을 감안하면 ‘하드 웨스트’는 분명 A급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에도 싸게 사서 쉽게 보는 펄프 소설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하드 웨스트’는 싸게 사서 쉽게 하는 ‘펄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드 웨스트’는 크라우드펀딩 제작된 저예산 게임이며, 가격도 매우 싼 값으로 책정되어있다. ‘하드 웨스트’의 가격은 스팀에서 한화로 2만 1천원에 불과하다. 요즘 게임들이 대부분 5~6만원을 호가하는 마당에 얼리 엑세스도 아닌 게임이 고작 2만원 남짓한다는 것은 분명히 싼 가격이다. 게다가 2016년 초 발매된 외전격 DLC 확장팩인 '스카즈 오브 프리덤(Scars of Freedom)'의 가격은 3천원. 프랑켄슈타인스러운 고딕 호러 분위기를 잘 녹여낸 좋은 DLC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염가다.

    '하드 웨스트'는 소위 명작으로 불리는 게임들에 비한다면 분명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양심적인 가격에 비하면, '하드 웨스트'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괜찮은 게임성을 지닌 양질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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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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