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세계기행] 초능력 캐릭터를 위한 단순한 연극무대 '클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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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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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한 세계관보다는 '이능력자' 캐릭터에 집중해 인기를 끈 '클로저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2014년부터 서비스 중인 나딕게임즈의 액션 MORPG ‘클로저스’는 게임보다도 캐릭터에 더 시선이 가는 게임이다. ‘클로저스’ 캐릭터는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덕질’하게 되는 귀여운 외모에 알수록 더욱 깊게 빠져드는 매력적인 성격과 깊은 드라마까지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클로저스’를 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좋하며 2차 창작 팬덤을 이루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나딕게임즈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흔치 않게 프로 소설가를 고용해 메인 시나리오와 설정을 맡기기도 했다. 그만큼 ‘클로저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셈이다. 하지만 왜일까? 캐릭터와 스토리는 많은 인기를 얻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지만, ‘클로저스’의 세계관은 조금 통속적이다.

    ‘클로저스’의 세계관은 인류가 ‘차원종’이라는 이계 괴물들의 습격을 받고 궤멸위기에 처했었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 이상 설명되는 구체적인 세계관은 거의 없다. 외계 괴물의 침공이라는 큰 위기가 닥친 후 국제사회는 어떻게 재구성됐는지, 일반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하나도 거론되지 않는다. 캐릭터와 스토리는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정작 게임 속 세계는 단순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클로저스’의 단순한 세계관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세계관이 풍부하고 세밀해야만 몰입하기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클로저스’는 반대로 세계관을 느슨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을 게임에 푹 빠지게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능물’에 불필요한 요소 배제한 세계관, 몰입 도왔다

    ‘클로저스’의 세계는 실제 지구를 바탕으로 한 가상의 세계로, 2002년부터 정체불명의 차원문이 열리고 이곳에서 여러 종류의 괴물이 나타나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차원종’으로 불리는 이 괴물들은 지구 곳곳의 도시를 공격해 파괴했으며, 인간의 무기로는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차원종’의 습격으로 한때 인류는 거의 궤멸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차원문은 인간에게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소수의 사람들이 ‘위상력’이라고 하는 초능력을 얻은 것이다. ‘위상력’은 ‘차원종’이 사용하는 힘과 유사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인류는 ‘위상능력’을 지닌 사람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차원문을 닫는 데 성공했다. 이후부터 ‘위상능력자’는 차원문을 닫는 사람이라는 뜻의 ‘클로저(Closer)’로 불리며 다국적연합 ‘유니온’의 관리를 받는 요원으로 등록된다. 게임의 주인공들 또한 이러한 ‘위상력’을 각성한 ‘클로저스’다. 이들은 간헐적으로 출몰하는 ‘차원종’에 맞서 한국의 서울을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되며, 그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지구 침공에 나선 ‘차원종’의 음모에 맞서게 된다.

    이러한 ‘클로저스’의 세계관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지구에 차원문이 열리고 이계의 괴물이 습격해온다는 설정은 ‘헬게이트 런던’이나 ‘하프라이프’ 등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나온 설정이며, 소수의 사람이 특별한 힘을 얻어 영웅이 된다는 전개도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에서 봐온 것이다. 여기에 ‘클로저스’는 실제 서울을 본 따서 만든 ‘신서울’을 무대로 한국인 캐릭터들이 활동한다. 이러한 익숙함은 게임 속 세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줄 뿐 사람을 잡아 끄는 색다른 힘은 없다. 즉 ‘클로저스’의 세계설정은 그 자체로는 깊게 파고들어 즐길 만한 색다름이 부족하다.


    ▲ 서울이라는 배경은 익숙하긴 하지만 색다른 느낌은 없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통속적으로 느껴지는 ‘클로저스’의 세계 설정은 단점이 아니다. ‘초능력을 가진 개성 강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단순함이다.

    ‘클로저스’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이 아니다. ‘클로저스’가 내세운 특징은 바로 ‘이능’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능’이란 일본 서브컬쳐계에서 인기 있는 ‘이능력자(異能力者)물’ 장르를 뜻한다. ‘이능력자물’은 보통 사람에게 없는 힘을 지닌 주인공들의 활약을 내세운 이야기로, 평범한 세상과 대비되는 특별한 인물의 드라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능력자물’에서는 세계 자체가 너무 시선을 끌면 자칫 ‘특별한 존재’여야 하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위험이 있다. 주인공이 아닌 웅장하고 치밀한 세계에 시선이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능력자물’의 무대가 되는 세계는 주인공에 비해 평범하게 묘사되고는 한다.


    ▲ '클로저스'는 세계관은 간단하고 익숙하게 만든 대신, '이능력자물' 서사에 집중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비슷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만약 영화 ‘킹콩’에서 괴물의 등장에 놀라 대피하다 가족과 헤어지고 홀로 방공호에 갇힌 한 남자의 불안과 공포를 계속 보여준다면 어떨까? 괴물의 존재에 대처하는 각국 수뇌부의 회의장면을 보여주면? 당연히 킹콩이 날뛰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테고, 괴물이 도시를 부수는 ‘괴수물’ 특유의 쾌감도 줄어들 것이다.

    ‘클로저스’도 마찬가지다. ‘이능력자물’에서 핵심은 주인공이 남에게 없는 힘을 휘두르는 ‘특별함’에 이용자들이 이입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 외의 요소는 사실 사족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에 ‘클로저스’에는 굳이 복잡하고 특이한 세계관이 필요하지 않다. ‘이능력자’ 주인공의 활약을 조명해줄 정도의 배경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클로저스’의 세계관이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클로저스’ 세계관은 ‘이능력자’를 돋보이기 위해 잘 계획된 연극무대에 가깝다. 배경세계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대신, 주인공의 활약을 돋보이게 해줄 요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치워버린 셈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이용자가 ‘이능력자’ 주인공에게 더욱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설정 공백? 이용자들과 함께 확장시켜나가는 ‘여백’

    그뿐 아니다. ‘클로저스’는 스토리에도 곳곳에 빈 틈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의도된 것이다. 소위 말하는 ‘떡밥’인 셈이다.

    예컨대 주인공 ‘이세하’의 어머니 ‘알파퀸’은 처음 벌어졌던 ‘차원종’과 인류의 전쟁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영웅으로, 게임 내에서도 여러 번 이름이 언급되는 유명인사다. 하지만 자주 거론되는 나오는 것에 비해 실제로 드러나는 ‘알파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렇기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과연 주인공의 어머니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떡밥’만 던지면서 정확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 ‘클로저스’의 비밀은 한둘이 아니다. 때가 되면 이러한 비밀은 아주 조금씩 풀린다. 그러나 드러난 사실은 더 많은 의혹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클로저스’의 설정에는 늘 공백이 존재한다.

    그러나 ‘클로저스’가 소위 이야기하는 ‘설정구멍’들로 가득 차있는 것은 아니다. 잘 살피면 서로 연결될 만한 복선이나 단서가 늘 존재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용자가 게임 중 드러난 여러 단서를 찾아 아직 확인되지 않은 ‘클로저스’ 세계관의 설정을 추리하고 상상하는 재미에 빠지기도 한다. 이른바 ‘설덕질’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설덕질’은 단순히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그림, 만화, 소설 등의 2차 창작으로 ’설덕질’을 더욱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 다양한 UCC 이벤트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벤트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클로저스’는 이러한 ‘설덕질’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클로저스’ 공식 홈페이지는 UCC 게시판을 아트, 소설, 만화, 무비, 방송 등으로 다양하게 분할해서 관리하고 있으며,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벤트도 자주 열고 있다. 덕분에 실제로 ‘클로저스’의 2차 창작활동은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왕성한 2차 창작 활동을 바탕으로 클로저스’라는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제작진이 ‘빈 틈’을 스스로 채워보는 재미를 이용자에게 제공한 결과,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다른 이용자와 함께 즐기며 ‘클로저스’의 저변을 확대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설정과 스토리가 분명하고 빈 틈이 없었다면 이렇게 폭 넓은 2차 창작 유도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클로저스’는 공백이 아닌, 이용자의 흥미와 참여를 유발하는 여백을 남겼던 셈이다.

    세계관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방향성

    많은 게임이 흔히 제대로 된 방향성은 못 잡은 채 무턱대고 거창한 세계관부터 쓰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게임 콘셉트도 제대로 이해 못 한 상태에서 ‘창세기’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가 하면, 실제 게임에는 나오지도 않는 대륙과 제국, 무수한 신들의 이름부터 읊는다.

    하지만 이처럼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세계관은 이용자에게 혼란과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세계관은 어디까지나 게임 스토리와 서사를 흥미롭게 즐기기 위한 기반이자 틀이다. 마냥 거창하게 써봤자 실제 게임과 연결되지 않는 설정은 이용자에게 아무 가치도 없다.

    반면 ‘클로저스’는 ‘이능력자물’이라는 서사성에 불필요한 설정은 넣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클로저스’ 세계관은 더욱 ‘이능력자물’로서의 재미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 이는 꼭 방대하거나 치밀한 세계관이 아니라도 게임이 보여주고자 한 서사의 방향성에 맞기만 한다면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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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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