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탈 난 아이가 과자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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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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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염에 걸린 빈이, 과자를 먹기 위해 어떤 꾀를 냈을까요? ⓒ베이비뉴스
    장염에 걸린 빈이, 과자를 먹기 위해 어떤 꾀를 냈을까요? ⓒ베이비뉴스

    한 달 전 우리 가족은 친척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섯 살 빈이가 이틀 정도 설사로 고생하긴 했지만, 컨디션이 회복세를 보여 오랜만의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굶다가 가볍게 밥을 먹기 시작하던 녀석이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는 눈과 코를 찡그리기 시작했다. 음식이 준비되기 전까지 잠시 바깥에서 바람을 쐬며 속을 진정시켰지만,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곧 토했다. 종일 먹은 것의 팔 할이 물이어서인지 맑은 액만 나왔다. 갑자기 맥이 풀린 녀석은 나의 품에 안겨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평소 병원이라면 울면서 거부하던 녀석인데. 수차례의 밀당을 경험하고서야 겨우 엄마나 아빠의 손을 꼭 잡고서 따라오던 녀석인데. 오늘은 시끌벅적한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체념한 것인지 소리칠 기운조차 없는 것인지 거부의 움직임이 없다. 그저 침대에 누워 양쪽 눈가로 ’주룩‘ 하며 한줄기 눈물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커다란 주사기를 보고는 돌아누우려 했지만,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링거를 맞게 되었다. 당직 의사는 며칠 더 고생할 것이라고 했고, 다행히 링거를 맞고 난 다음부터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날 어느 저녁, 빈이가 ”아빠~ 배가 아파.“라고 했다. 거실에 있던 나는 아무렇게 않게 '응가'가 하고 싶은 모양이라 생각하고, ”그래. 화장실에 가서 응가 하고 있어.“라며 답했다.

     

    녀석이 변기에 앉은 후 5초가 되지 않아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녀석이 경쾌한(?) 소리로 응가가 아닌 설사임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빈이는 병원에 갔고, 다시 장염이라는 진단과 함께 1주일 정도는 고생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먹성이 좋은 빈이는 반나절이 지나자 설사의 기억은 잊고서 식욕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아무런 맛이 없는 죽 대신 달콤하거나 기름진 음식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 다시 응급실에 가서 커다란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니, 알았다며 어깨를 축 늘이며 고개까지 숙였다.

     

    빈이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고소한 과자의 봉지 소리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아내와 첫째 은이 그리고 나는 음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사람이 아프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당사자가 제일 힘들다. 그런데 이번처럼 막내가 장염으로 고생하면 남은 가족도 장염 환자의 식단에 적응해야 하니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TV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먹거리가 나오는 광고 때문이었다.

     

    ◇ 아이도 부모도, 함께 건강해야 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

     

    그런데 공교롭게도 병원을 다녀온 다음 날이 은이의 생일이었다. 함께 맛있는 음식과 케이크를 준비해 파티는 하지 못하더라도, 은이가 원하는 음식 중 몇 가지는 챙겨주고 싶었는데 빈이의 후각과 청각 앞에서 우린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참다못한 우리는 조금씩 과자를 하나씩 꺼내 먹기로 했다. 빈이가 방에 있으면, 우리는 거실에서. 빈이가 거실에 있으면, 우리는 방에서.

     

    빈이의 눈높이보다 높은 곳의 선반이나 시야가 닿지 않는 지점에 과자를 옮겨 두면서 재빨리 손을 움직여 입속에 넣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입에 넣은 후에는 조용히 녹여 먹었다. 그런데 살짝 오물거리는 엄마의 입술을 목격한 빈이가 오아시스를 본 듯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저었다.

     

    ”이리 와요~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요.“라고 말하자, ”응? 아직 안 돼. 아프잖아!“라며 평정심을 잃은 엄마가 답했다. 그러자 ”뽀뽀하려는 거예요“라며, 도저히 다섯 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살짝 당황한 엄마는 ”그럼 냄새 나니까 또 먹고 싶을 텐데?“라며 대응했다. 하지만 이미 전세(戰勢)는 ”코 막고 있을게요. 이리 와요.“라고 말하는 빈이에게로 기울었다.

     

    결국 빈이는 뽀뽀하러 엄마에게 다가갔고, 엄마의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자신의 코를 잡은 손을 놓음으로써 마음껏 냄새를 맡았다. 배탈이 난 줄 알면서도, 다시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두려움을 알면서도, 과자를 먹기 위해 꾀를 내는 녀석의 간절함을 보니, ’이제 좀 살 만한 모양이구나.‘ 하는 안도감도 생겼다.

     

    또 엄마의 입술에서 아직 퍼지지 않은 달콤한 향을 찾았던 빈이의 눈망울을 본 우리는, 걱정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과자 하나를 건네며 오물오물 녹여서 차근히 먹도록 했다.

     

    정말 다행히 빈이는 다음 날부터 건강한 응가를 시작했고, 이틀 후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 후로 아직은 장염으로 인한 고생은 없다. 하지만 아침저녁엔 초겨울 추위를 보이고 낮에는 늦여름 날씨를 보이는 요즘, 빈이의 코는 훌쩍이다 쿨럭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 빈이에겐 다시 아이스크림 금지령이 내려졌고, 단맛을 잃은 녀석은 세상의 행복에서 멀어진 듯 보인다.

     

    미국의 작가인 커티스(George William Curtis)도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 속에 있다.“고 했다. 아프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그러니 평소에 지나치지 않게 단맛, 쓴맛, 매운맛은 물론이고 먹는 양에 대해서도 적절히 조절하며 건강을 가꾸어야겠다.

     

    참,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가정이 있다면, 이제라도 엄청 추울 올겨울을 대비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접종하기를. 아이도 부모도, 우린 모두 함께 건강해야 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윤기혁은 딸이 둘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육아하는 남성,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은밀한 속마음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저서로는 「육아의 온도(somo, 2014)」,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Sb, 2017)」이 있으며, (사)함께하는아버지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칼럼니스트 윤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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