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슈퍼스타K2016' 톱3에 올랐던 박혜원은 2년이 지난 지금 가수 흰(HYNN)으로 대중 앞에 섰다. 거창한 의미를 함축한 이름은 아니다.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는 말을 많이 들어 '흰'이다.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하게 터치할 줄 아는 흰은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흰으로서의 첫 출발은 이종석 신혜선이 열연을 펼친 드라마 '사의 찬미' OST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다. 사실 예정엔 없었다. 교수의 소개로 해당 곡 가이드 녹음을 했는데, 이를 들은 음악 감독이 그녀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해서 한 자리를 꿰차게 됐다. 또 이 곡을 통해 지금의 기획사를 만나게 됐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첫발이었다.
"'슈퍼스타K2016' 끝나고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어요. 기초를 더 탄탄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나 OST를 부르게 됐죠. 이종석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 OST를 부른다니 정말 영광이었어요. 또 지금 대표님이 그 곡을 들어보시고 연락이 와서 계약까지 하게 됐어요."
우연히 하게 된 가이드 녹음을 통해 든든한 가이드가 생긴 흰은 지난해 12월 28일 '렛 미 아웃(Let Me Out)'을 발매했다.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날이다.
'렛 미 아웃'은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이별 후에 겪는 짙은 그리움과 아픔을 노래한 곡으로,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쿠스틱 기타를 베이스로 한 브리티쉬 팝 장르의 곡이다. 흰은 감정을 절제한 채 덤덤하게 말하는 듯 시작해 곡 후반에 이르러서 애틋하게 차오르는 감정을 폭발적으로 토해내며 절절한 그리움과 원망을 고스란히 전한다.
"웃길 수도 있는데 처음엔 제 데뷔가 OST인지 '렛 미 아웃'인지 헷갈렸어요.(웃음) 친구들이 '렛 미 아웃' 발매일이 데뷔라고 하더라고요. 별 거 아닐 수 있는데 데뷔라고 하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책임감이 더 생겼다고 해야 하나. 보완해 나가야 하니까 제 유튜브채널에 달린 댓글도 보게 됐어요.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흰은 댓글을 확인한다면서 "두려움을 감수하고"란 표현을 썼다. 자신이 늘 들어와서 잘 알고 있고 숙제라고 생각했던 부족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었다. 흰은 "안 좋은 평이긴 한데 오히려 저로선 성공이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이렇다. 흰은 그동안 가창력이나 기교에 강점을 보였고 그래서 '소리꾼'이란 칭찬을 들었었다. 반면 감정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헌데 비판 댓글 중 '감정으로 커버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 많았다. 지적은 지적인데 감정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흰에게는 반가운 소리였던 것.
"소리가 먼저 다가오고 스며드는 맛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들었었고 그게 저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고 정말 연구를 많이 했어요. 성량 조절과 완급 조절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쓰면서 연습했어요. 그런데 그런 댓글들을 보니 제가 좀 나아진 건가 싶더라고요.(웃음)"
'렛 미 아웃'에 담긴 절절한 감정을 느끼면 흰이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사의 찬미' OST '폴링 인 러브'는 좋은 징검다리였다. 아무래도 영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감정을 잡기 수월했었고, 흰은 이를 계기로 곡의 느낌과 꼭 맞는 영상을 보며 곡에 동화되는 연습을 했고 곡에 감정을 담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지난 2년간의 성장이다.
흰은 이제 21살이다. 그리고 이제 막 데뷔했다. 흰 도화지에 갓 스케치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녀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어떤 색깔로 도화지를 물들일지 기대를 모은다.
/정병근 기자 kafka@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