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잘하는 게임으로 역사 알리기, 우리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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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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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처럼 자국 역사를 게임으로 많이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 (사진: 스팀 게임 페이지)
    ▲ 일본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처럼 자국 역사를 게임으로 많이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 (사진: 스팀 게임 페이지)

    지난 22일 출시된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는 악랄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해외매체들이 극찬할 만큼 게임성도 좋지만, 역사를 소재로 한 서사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키로’ 이전에도 자국 역사를 기반으로 한 많은 인기 게임들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일본 역사와 문화를 알렸다. 특히 지금처럼 게임사들이 유명 IP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 역사는 언제나 열린 돌파구다.

    일본처럼 한국도 게임에 활용할 흥미진진한 역사가 있음은 물론이다. 불과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한국사를 소재로 많은 게임이 만들어졌고, 괜찮은 게임성에 재미까지 갖춘 수작들도 다수 출시됐다. 당시 초, 중학생이었던 기자도 한국사 게임들에 빠졌고, 역사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장래희망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그 명맥이 단절돼 아쉽다. 새로운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순기능을 지닌 한국사 게임들이 앞으로 많이 출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작품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전쟁의 한국사, 게임으로 만들어지다

    전쟁은 게임을 만드는데 좋은 소재다. 사실 게임 자체가 전쟁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보드게임인 바둑, 장기, 체스 등도 옛날에 벌어졌던 실제 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비디오 게임으로도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들 중 열에 아홉은 전쟁을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대표적 고전 보드게임인 '장기'는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에서 기원했다 (사진: 피망 '장기' 홈페이지)
    ▲ 대표적 고전 보드게임인 '장기'는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에서 기원했다 (사진: 피망 '장기' 홈페이지)

    특히 한국사 게임이 많이 만들어지던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전세계적인 RTS 장르 전성시대였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부터 근세 동아시아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임진왜란까지, 한국사에 있었던 굵직한 주요 전쟁들이 게임으로 다뤄졌다. 

    고대 한국은 전쟁의 시대였다. 한국사 최초 국가인 고조선은 중국과 전쟁을 통해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고조선 멸망 이후 난립한 소국들을 하나 둘 정복해 나가며 세력을 키웠고, 삼국정립이 이루어졌다. 백제 근초고왕은 고구려 평양성까지 진격해 삼국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고,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64개 성, 1,400개 촌을 점령해 만주까지 아우르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정복군주로 기록에 남았다. 신라는 약소국이었지만, 결국에는 고구려, 백제는 물론 세계제국 당까지 물리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처럼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시대인 만큼 게임개발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시대이기도 하다. 최초의 한국사 게임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1995년 동서게임채널에서 출시한 ‘광개토대왕’은 최초 국산 RTS이자 한국사 게임이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 있었던 ‘듄 2’ 시스템을 많이 차용해 만든 이 게임은 90년대 중반으로서는 큰 액수인 6억 원의 개발비가 투자됐고, 개발기간만 2년이 걸린 대작이었다. 플레이어는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통해 광개토대왕 치세 고구려군을 지휘해 후연과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스토리를 완수하면 실제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구려는 요동을 정벌하고, 후연은 멸망에 이른다.

    1999년에는 업투데이트에서 출시한 ‘삼국통일: 대륙을 꿈꾸며’가 출시됐다. 이 게임은 고대 삼국이 모두 등장한 최초의 RTS다. ‘스타크래프트’처럼 특징이 뚜렷한 세 개 세력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신라-고구려-백제 순서로 캠페인 스토리가 진행되며, 칠중성 전투, 평양성 전투 등 삼국통일 시기 주요 전장이 잘 묘사돼 있다. 이듬해에는 에이치큐팀에서 만든 ‘천년의 신화’가 출시됐다. 화살을 구매해서 써야 한다는 신선한 시스템과 더불어 역사전문가가 봐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고증이 특징인 게임이었다. 특히 백제군 캠페인 스토리는 근초고왕의 마한 정벌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건들도 묘사됐다.

    '천년의 신화'는 백제 근초고왕의 마한 정벌 같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다루고 있다 (사진출처: acesaga 유튜브 갈무리)
    ▲ '천년의 신화'는 백제 근초고왕의 마한 정벌 같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다루고 있다 (사진출처: acesaga 유튜브 갈무리)

    임진왜란 역시 한국사 게임에 단골 소재다. 100년 간 이어진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으로부터 야기된 임진왜란은 7년 동안 조선을 전장으로 일본, 조선, 명은 물론 만주까지도 참전의사를 타진했을 만큼 국제적 규모였다. 조선은 개전 한 달이 채 안돼 수도 한성을 잃고 의주까지 밀려났지만, 수 많은 의병과 수군의 승리로 전세를 역전시켜 일본군을 몰아냈다. 많은 전쟁영웅들이 탄생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이다. 13척의 전함으로 적함 수백여 척을 물리치는 만화 같은 이야기와 함께 해상 포격전으로 세계 전쟁사의 판도를 바꾼 충무공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게임은 96년에 출시된 ‘충무공전’이 처음이다. 이름 그대로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의 활약을 그린 이 게임은 트리거소프트와 에이치큐팀이 합작해서 만든 첫 한국사 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에이치큐팀은 한국사 게임의 대부로 불리는 김태곤 현 엔드림 CTO가 만든 개발팀인데, 김태곤 CTO는 이 ‘충무공전’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인 한국사 게임 개발에 착수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김태곤 현 엔드림 CTO는 한국사 게임의 대부로 불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김태곤 현 엔드림 CTO는 한국사 게임의 대부로 불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중에서도 2000년 1월에 출시된 ‘임진록 2’는 한국사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었다. 이전까지 국산 한국사 RTS들은 해외 유명 RTS들과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 ‘임진록 2’는 색다른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을 갖춰 한국사 RTS만의 개성을 확보했다. 확장팩 ‘임진록 2+ 조선의 반격’은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을 비롯한 조선 장수들이 생존해 일본 동서내전에 관여한다는 내용으로 캠페인 스토리가 진행된다. 얼핏 국수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말을 보면 실제 역사와 가상 설정의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임진록 2'는 독특한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으로 한국사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사진출처: acesaga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임진록 2'는 독특한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으로 한국사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사진출처: acesaga 유튜브 영상 갈무리)

    ‘천하제일상 거상’은 ‘임진록 2+ 조선의 반격’ 외전격 작품으로 2002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당시로서는 독특한 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전투 뿐 아니라 제조 및 상업활동의 비중을 높였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원작을 넘어서는 큰 인기를 얻어 한국사 게임이 패키지 RTS 틀을 벗어나 다른 장르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지금까지도 서비스되고 있는 장수게임이다.

    '천하제일상 거상'은 한국사 게임의 저변을 넓혔으며, 현재까지도 서비스되고 있는 수작이다 (사진: 게임 공식 홈페이지)
    ▲ '천하제일상 거상'은 한국사 게임의 저변을 넓혔으며, 현재까지도 서비스되고 있는 수작이다 (사진: 게임 공식 홈페이지)

    역사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 외에도 한국사를 다룬 게임들은 다양하다. 최장수 온라인 RPG 넥슨 ‘바람의 나라’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고구려 건국 초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 ‘삼국지’에 견줄만한 후삼국 시대도 드라마 ‘태조 왕건’이 방영되던 시기에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이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출시됐다. 또한 신라, 당, 일본 삼국을 잇는 동북아 바다를 장악한 청해진의 장보고 역시 ‘장보고전’과 ‘해상왕 장보고’ 등의 게임으로 출시됐다.

    최장수 온라인 RPG 넥슨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건국 초기 역사를 다루고 있다 (자료출처: 넥슨 '바람의 나라' 공식 홈페이지)
    ▲ 최장수 온라인 RPG 넥슨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건국 초기 역사를 다루고 있다 (자료출처: 넥슨 '바람의 나라' 공식 홈페이지)

    아직 다뤄지지 않은 시대도 많다. 특히 한국 근, 현대사는 한번도 게임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영화 암살’이나 ‘밀정’의 성공을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시대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독립운동가 김상옥 열사는 쌍권총을 들고 일제 무장경찰 400여 명에 포위된 채 3시간 넘게 총격전을 벌였다. 영화나 게임보다 더 비현실적인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FPS나 액션 어드밴처를 만들면 어떨까. 민주화 운동 당시 민주투사들의 의문사를 풀어나가는 추리게임이라던가, 한국사 위인들을 등장시켜 AOS게임도 흥미로울 것이다. 비극적 대만 현대사를 모티브로 제작된 ‘반교: 디텐션’처럼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게임으로 제작한다면 더 뜻 깊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게임사들에게 무궁무진한 IP를 제공해준다. 앞서 언급한 ‘삼국지’는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 전체에서 수 많은 게임으로 만들어 출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짧은 미국 역사에서도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 같은 훌륭한 서사를 담은 게임이 나온다. 수십 년 동안 폐인을 양성해 온 ‘문명’ 시리즈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장인을 자처하는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같은 회사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같은 역사게임의 장인을 자처하는 유명 개발사들도 존재한다 (사진: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스팀 페이지)
    ▲ 해외에서는 이미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같은 역사게임의 장인을 자처하는 유명 개발사들도 존재한다 (사진출처: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스팀 페이지)

    작년, 국내에서는 한국사를 소재로 한 RPG 쯔꾸르 게임 ‘난세의 영웅’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인디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았고, 구글플레이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사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을 오랜만에 상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인기 IP를 찾아 헤메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한국사에 눈을 돌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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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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