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건국대 정의준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통제력’이며, 자기통제력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 특히 '학업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는 5년간 2천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을 게임 과몰입군과 정상군으로 나눴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두 그룹에 소속된 학생들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를 지속해서 추적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게임 과몰입군에 소속된 50~60%의 청소년들은 특별한 조치 없이도 1년 후에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정상으로 돌아왔다. 5년 동안 한 번도 게임 과몰입군에 소속되지 않았던 학생의 비중은 약 66%였다. 그리고 5번의 조사에서 모두 게임 과몰입군에 소속된 학생은 비중은 약 11%였다. 정의준 교수는 “청소년들은 게임에 몰입하는 정도가 대단히 변화무쌍하다”라고 밝혔다.
게임 과몰입군과 정상군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게임 과몰입군에 소속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고독했고, 공격성이 높고, 학업 스트레스가 높고, 행복하지 못했다. 자기통제력도 상당히 낮았다. 주변에 있는 부모, 교사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대신 부모의 과잉기대와 과잉간섭을 받았고 부모와의 대화도 별로 없었다.
조사팀은 이런 다양한 변수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게임 과몰입에 빠지는 학생들의 가장 큰 요인은 ‘자기통제력’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통제력이 높으면 과몰입 지수가 낮고, 자기통제력이 낮으면 과몰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 부모의 자기통제력이나 공격성 등도 꽤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자기통제력은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설명해주는 ‘스트레스 취약 모형’이라는 이론도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그것을 이겨낼 방안을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독적인 행위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은 일반적으로 대학 입시로 인해서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학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자기통제력이 낮아지게 된다. (물론, 학업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자기통제력은 낮아진다.)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는 다양한 요인으로 올라간다. 그 중에서 큰 요인은 부모의 과잉간섭이나 과잉기대다. 학교에서 선생님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정리하면, 학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청소년이 자기통제력을 잃고, 그 결과로 게임에 과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은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이 진행된다는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정의준 교수는 마지막으로 “가장 큰 요인은 자기통제력이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인은 학업성취도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즉,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못하는 학생이든, 자기통제력을 잃으면 게임 과몰입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라며 “게임을 질병으로 취급하든, 마약으로 취급하든, 근본적인 요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