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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아직 내가 '아빠'라는 사실에 적응 중이다

    • 매일경제 로고

    • 2019-05-13

    • 조회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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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햇살 가득하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떤 공공기관에서 양육에 대한 남성(아빠)의 인식도 조사를 준비한다며 기획 회의에 참석을 요청해왔다.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지, 또 결과는 어떠할지 몹시 궁금해진 나는 덥석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회의에 가보니 다섯 명이 참석했는데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박사, 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 등 다들 육아 분야 전문가였다. '그냥 육아하는 남자'는 나 혼자였다.

     

    소수자로서의 어색함은 잠시였고, 참석자들의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 살아가는 육아 일상을 들으니 귀가 쫑긋해졌다. 푸념과 바람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나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다 이야기가 흘러 누군가 ‘남자들은 (도대체) 언제 아빠라고 느끼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물론 아무도 ‘도대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낀 현장 분위기는 ‘도대체’가 ‘언제’ 앞자리에 꼭 들어가야 했다. 홀로 남자이자 아빠인 나는 그때가 언제라고 선뜻 답하지 못했고, 그 물음은 결국 설문 항목에 포함되었다.

     

    언제, 아빠임을 실감하나요?ⓒ베이비뉴스
    언제, 아빠임을 실감하나요?ⓒ베이비뉴스

    남자들은 언제 자신이 아빠임을 실감할까?

     

    이 물음에 대한 보기로 ‘배우자가 임신한 것을 안 순간’, ‘태아 사진을 봤을 때 또는 심장박동을 들었을 때’, ‘아이가 태어난 순간’, ‘아이와 처음 눈 맞추었을 때’, ‘아이가 처음 아빠라고 말했을 때’ 등이 있었지만 나는 어느 것에도 공감하지 못했다.

     

    론 니스와 마이클 오스틴 등이 쓴 책 「아빠가 된다는 것의 철학」(사람의무늬, 2012) 중 킴벌리 핑크 옌센의 글 ‘타고난 정체성과 아빠 되기’에는 다음의 문구가 있다.

     

    우리 남편이 집 밖에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준 다음, 아이들 풀장의 물을 양동이로 퍼서 집 뒤편 뜰에 뿌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예전에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모든 사람이 남편을 ‘00이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자신이 아빠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을 금방 실감하지 못했어. 천천히 적응해가는 거지. 사실 나는 아직도 적응 중인 것 같아.“

     

    아버지의 내적인 정체성이나 배우자가 생각하는 아버지 역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씩 천천히 그 속을 채워나갈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그의 남편처럼 아직도 아빠라는 사실에 적응 중이다.

     

    가끔 아이와 둘이 길을 걷는데 자그마한 손으로 온 힘을 다해 나의 손가락을 잡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질 때, 뚱뚱한 아빠의 뱃살에 뽀뽀해주겠다며 다가와서는 입으로 방귀 소리를 '뿌르릉' 내고는 달아날 때 정도가 내가 아빠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아, 하나 더 있다. 아이가 나를 ‘아빠’가 아닌 ‘엄마’라고 불렀을 때 ‘내가 이제 아빠’라는 감정이 생긴다. 부모 중 엄마가 아닌 사람에게 아빠라고 칭하다니.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자신과 친밀하게 연결된 사람으로 인식하고 그 명칭을 부르는 마음이 전해질 때, 한 생명이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느낌이 들 때 아빠라는 역할에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엄마인 아내는 다를 것이다. 임신하면서부터 아이와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니 그 끈끈함을 아빠인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겠다. 그래서 아내에게 "언제 엄마임을 느껴?"라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내는 임신과 출산을 하며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임신과 출산, 수유 등 육아의 순간은 매번 신비로움과 두려움이 공존했고 이를 엄마의 숙명이나 숭고함으로 표현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고. 오히려 아이가 자라서 유치원에 다니며 학예 발표회 때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무언가 해내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언제 아빠임을 느끼는지’ 또 ‘언제 엄마임을 느끼는지’는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만큼 어려운 질문이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이름만 전해 듣던 둘째아이의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함께 '얼음땡'놀이를 하며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다녔다.

     

    이쯤이면 '나는 친구 같은 아빠'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 땀범벅이 되어 귀가한 아이가 물 한 모금 마시고 덜렁 누워 씻지도 않고 뒹굴뒹굴하자 버럭버럭 하며 다그치는 내 모습에 ‘나는 정말 아빠인가?’라는 회의가 든다.

     

    어쩌면 내가 언제 아빠임을 실감하느냐보다 자녀가 언제 아빠의 존재를 실감하는지가 올바른 질문일지도 모른다.

     

    종종 아이들이 나를 어떤 아빠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가도 때때로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 그 대답이 두려워 아직 묻지 못했다.

     

    언젠가 물을 수 있을까. 그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칼럼니스트 윤기혁은 딸이 둘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육아하는 남성,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은밀한 속마음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저서로는 「육아의 온도(somo, 2014)」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Sb, 2017)」이 있으며, (사)함께하는아버지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칼럼니스트 윤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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