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31경기 타율 2할8푼9리 8홈런 44타점. OPS 0.836.
여전히 뛰어난 성적이지만 기록의 주인공이 김재환(두산 베어스)이라면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는 수치.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이 정도라면 선수 본인은 어떨지 짐작이 가능하다. 김재환의 요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근심이 엿보이는 게 사실.
더구나 최근 3경기에선 11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에 그쳤다. 두산 타선의 중핵이자 지난해 MVP로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터.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이 보는 시선은 다르다. 김 감독은 2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좋았을 때의 기억을 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예를 들어 팔을 들어올리고 잘 쳤다면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팔을 올리기 위해 애를 쓴다. 혹시라도 안 맞으면 팔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일쑤다"며 "타율 3할3푼을 친 타자는 3할1푼을 기록할 경우 스스로 못한다고 여긴다. 많은 선수들이 그렇다"고 했다.
중요한 건 지금 성적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3관왕 4관왕을 하고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시즌과 지금 성적을 비교해 처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재환이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스스로 잡은 높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스트레스만 쌓이기 마련이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여지가 있으므로 혼자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4리 44홈런 133타점 OPS 1.062로 만화 같은 시즌을 보냈다. 타격 10위, 홈런·타점 1위, OPS 2위로 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했다. 과거 약물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을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는 올 시즌 반발력이 다소 떨어지는 공인구를 사용한다. 최근 몇 년간 리그를 지배했던 일방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상당히 완화됐다. 한때 40명을 넘어서던 3할 타자는 29일 현재 절반인 2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투수들이 웃는 반면 타자들은 침울하다.
김 감독은 김재환에 대해 "특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재환 스스로 부담을 내려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잠실=김형태 기자 tam@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