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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아이가 내게 인사하지 않았던 이유

    • 매일경제 로고

    • 2019-06-18

    • 조회 : 231

    • 댓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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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으응…… 안녕…."

     

    조카의 친구 중에 인사하는 것을 유독 불편해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 이름은 정수다. 정수와 눈 맞추고 인사하는 일이란 하늘의 별 따기. 인사에 있어서만큼은 참 소극적인 그 아이. 내가 먼저 "안녕~" 인사를 해도 보는 둥 마는 둥, 고개를 까딱하는 둥 마는 둥 한다. 곁눈질로 슬쩍 보고 마는 정수 때문에 무안하기도 했고 어느 땐 서운하기도 했다.

     

    한 두번 마주쳤을 때는 어색한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나는 궁금해졌다. 왜 인사를 저렇게 할까? 자주 마주쳐 이제는 반갑게 인사할 만도 한데 아이의 태도는 변함없이 데면데면하다. 불편해 보였다.

     

    어느 날은 내가 말했다.

     

    "정수야, 나한테 인사 좀 잘 해주면 안 되냐~"

     

    정수는 웃는 둥 마는 둥 애매한 표정을 남기곤 사라졌다.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러던 어느 오후, 아이와 길을 가는데 정수가 우리 옆을 스쳐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이에게 "정수 형아다!"라고 말한 후 "정수야 안녕~" 인사를 건넸다. 정수는 나를 쳐다봤고, 역시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딱 5도쯤 까딱인 것 같다.

     

    내 옆에는 정수 형과 인사 한 번 하겠다고 동동거리는 나의 아들이 있었고, 정수 옆에는 덩치 큰 또 다른 정수가 서있었다. 정수 아버지였다.

     

    "아, 정수 아버지세요? 안녕하세요."

     

    얘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얼굴은 처음 보는 정수 아버지께 인사한 순간,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인사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그의 애매한 표정과 태도… 정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그때 알았다. 정수가 왜 그렇게 인사를 어색해 했는지.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데 지나가는 할머니께 아이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며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아이 옆에 있던 내 기분이 덩달아 좋았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아이 머리를 한참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정말 예쁘다."

     

    하지만 아이의 인사는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기분이 좋고 나쁘고에 따라 인사하는 횟수와 농도도 달라진다. 기분이 상하면 슈퍼에 들어가서도, 아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하는 것을 건너뛴다. 그럴 때면 고민스러워진다. 인사를 하라고 강요를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넘어가 줄까. 부드러운 방법으로, 거부감이 들지 않게 인사를 유도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나는 "어른 보면 인사해야지"라거나 "얼른 인사해"라고 말하기를 조심한다. 그 대신 "너 아직 인사 안 했어~"라고 알려준 후 내가 먼저 인사하는 태도를 취한다.

     

    "나 먼저 인사한다?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그러면 아이는 '나도 나도'라면서 경쟁심에 더 진지하게 인사하곤 한다. 아이가 따라 하지 않고 심드렁하게 있을 때도 있지만 엄마가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엄마는 인사가 아주 중요한 거라 생각해. 인사는 서로에 대한 예의거든. 그래서 엄마는 잘 하려고 노력해. 이번에는 네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만 했는데 다음에는 같이 하면 진짜 좋겠다!"

     

    나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크게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다 듣고, 다 보았다. 엄마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엄마의 말투를 말이다.

     

    '웨이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식당 종업원에게 말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웨이터의 법칙이 웨이터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을 보면 인성이 보이는 듯하다.

     

    나의 아이가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얼마를 버는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는 넉넉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칼럼니스트 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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