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기존에 보지 못한 오컬트 호러가 등장했다.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는 오컬트 호러에 액션을 버무린 새로운 장르 무비를 제시했다.
호러 중에서 가장 깊이 있는 공포를 다루는 오컬트 장르는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죄의식과 두려움을 건드리며 오랜 잔상을 남긴다. 전통적으로 호러광들을 열광시켜온 오컬트 장르에 도전장을 낸 '사자'는 기존의 오컬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이야기를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또 대중적으로 변주했다.
영화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 용후의 과거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낳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까지 대신하던 다정하고 친구같던 아버지는 어느날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경찰인 아버지는 음주차량을 단속하다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신을 향한 어린 용후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버지가 남겨준 손바닥의 상흔과 신에 대한 미움을 가지고 격투기 선수로 자란 용후는 단 한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는 챔피언이 된다. 부와 명예, 강한 육체를 지녔지만 어느날인가부터 자신을 향해 속삭이는 목소리와 손바닥의 원인 모를 상처에서 멈추지 않는 출혈이 용후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사자'는 악령으로부터 구마의식을 하는 사제를 만나 신이 내려준 소명을 깨달으며 퇴마사로 거듭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부재와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냉담자로 살아가던 남자의 성장 스토리이자 미스터리한 존재,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소재로 오컬트 호러 장르를 완성했다.
신내림을 받은 소녀와 일상적인 공간에서의 구마 의식은 전통적인 무속 신앙을 연상케 하며 격투기 시합 장면이나 호화스러운 클럽 신, 용후의 생활공간, 고급 차 등의 소재는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전한다. 여기에 오컬트 호러에서 자주 등장했던 구마사제, 성수, 십자가, 라틴어 구마의식 등은 익숙한 소재를 차용했다.
무엇보다 오컬트에 액션을 접목, 볼거리를 더했다. 격투기 선수 역을 맡은 박서준은 훌륭한 피지컬과 함께 타격감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액션배우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 보였다. 박서준의 액션 트레이닝 에피소드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우도환 역시 영화 후반부 박서준에 뒤지지 않는 액션 합을 선보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보다 젊고 새로운 액션과 만난 오컬트 호러는 자극적이거나 청각적인 공포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드라마를 쌓아가며 오락성과 스토리를 함께 만족시킨다. 여기에 안신부 캐릭터에 다른 누구도 떠올리기 힘들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안성기는 중후한 안정감과 따스함, 균형을 주며 관록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는 엔딩 쿠키영상을 통해 속편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특별출연한 배우 최우식을 중심으로 '사자'의 속편 '사제'를 만들겠다는 김주환 감독의 빅픽처를 엿보게 한다. 액션과 공포, 여름 시장에 걸맞은 두 가지 재미를 내세운 '사자'가 관객의 사랑을 업고 속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러닝타임 129분, 15세 관람가, 오는 31일 개봉.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