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으로 노인들의 사망이 급증하는 등 기후 변화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체 건강뿐만 아니다.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정서 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심한 폭염을 경험한 청소년일수록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호소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통지의과대 연구진은 2021년에 실시된 전국 학교 기반 건강 설문조사에서 추출한 중국 청소년 약 2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10~18세 학생들은 지역, 학교 유형, 도시-농촌 환경에 따른 차이를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다단계 표집 과정을 통해 모집됐다. 불완전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응답을 제거한 후 최종 표본에는 1만9852명의 참가자가 포함됐다. 남녀 참가자의 수는 거의 동일했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불안을 측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두 가지 선별 도구인 ‘환자 건강 설문지-9’와 ‘범불안장애 7문항 척도’를 사용했다. 두 척도 중 하나에서 1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각각 우울증 또는 불안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참가자의 약 19%는 우울증 진단 기준을, 16%는 불안 진단 기준을 충족했다.
열 노출은 세 가지 폭염 정의를 사용해 평가됐다. 주요 지표는 단기 기온 급등과 장기 기온 추세를 모두 고려하는 ‘초과 열지수(Excess Heat Factor)’였다. 두 가지 추가 정의는 과거 평균 대비 최고 또는 최저 기온이 높은 날의 빈도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가 다니는 각 학교 위치의 일일 기온 데이터는 고해상도 기온 추정치를 제공하는 데이터세트에서 추출됐다. 연구진은 지난 12개월 동안 학교들의 폭염 강도를 평균화함으로써 각 참가자가 해당 지역에서 폭염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초과 열지수로 측정한 폭염 노출 증가는 우울증, 불안, 그리고 두 질환의 동반 발생률 증가와 연관성을 보였다. 폭염 강도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우울증 발생률은 13%, 불안 발생률은 12% 증가했다. 이 지표는 우울증과 불안의 동반 질환, 그리고 우울증이나 불안이 단독으로 발생한 사례와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는 폭염 노출이 중국 청소년의 우울증 및 불안 증상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정신 건강을 기후 회복력의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과, 학교, 가정,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극심한 기상 현상 발생 시 청소년의 심리적 안녕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남학생과 농촌 지역 거주자가 폭염 관련 정신 건강 위험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들은 폭염 노출로 인한 정신 건강 영향, 특히 불안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 폭염 노출이 많을수록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학생의 경우 그 증가 폭이 더 작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농촌 지역 참가자들의 경우, 폭염은 우울증, 불안 및 이들의 동반 발생과 일관되게 연관돼 있었다. 반면, 도시 지역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저자인 이전 위 교수는 “기후 변화는 정신 건강, 특히 청소년과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라며 “기후 문제에 직면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보건, 교육, 환경 부문 간의 의미 있는 협력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