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2.1, 글, 선전물, 자료지기, 비루스왁찐, 내나라….’
‘붉은 별’에 담긴 응용 프로그램들 이름이다. 북한이 독자 개발해 화제를 모은 운용체계(OS) ‘붉은별’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공개소스를 활용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됐다. 리눅스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갖추면 OS로 쓸 수 있으며 MS의 윈도 98·2000과 호환성도 갖췄다.
◇붉은별, MS 윈도와 ‘닮은 꼴’=붉은별을 가동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윈도 효과음 대신 아리랑이 흘러 나온다. 흡사 MS 윈도를 실행시킨 듯한 모습이다. 윈도 화면은 ‘탁상면’으로 윈도 환경은 ‘탁상환경’으로 인터넷 설정은 ‘망 설정’으로 표기했다.
시스템을 열어보면 낯 익은 아이콘과 함께 나의 등록부, 나의 콤퓨터, 리용자 등록부, 망자원, 회수통 등을 볼 수 있다. 우측 하단에는 서기 연도와 함께 ‘주체 99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오피스 4종 세트 모두 갖춰=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찬찬히 뜯어보면 리눅스 기반의 오픈 오피스 기반으로 개발한 오피스SW ‘우리 2.1’을 발견할 수 있다. 워드 프로그램인 ‘글’은 한국의 아래아한글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입력 방식은 두벌식이다.
MS의 파워포인트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이름은 ‘선전물’이다. 지원하는 배경화면은 2종에 불과하다. ‘표’ 프로그램은 MS의 엑셀과 유저인터페이스(UI)와 기능을 닮았다. 가로 셀은 알파벳 순으로 세로 셀은 숫자로 표기했다. 엑셀 이용자라면 쉽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 윈도 엑세스와 유사한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 ‘자료지기’도 있다. DB를 질문지·보고서·표로 시각화할 수 있다.
◇윈도로부터 독립하라, 정보보호SW=정보보호SW로는 ‘핵심부 보안방책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손전등을 비추며 바닥을 탐색하는 그래픽을 볼 수 있다. 김책공대 조작체계 연구개발센터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이용자가 직접 설정해야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백신SW인 비루스왁찐도 있다. 조사결과 41만6439개의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트소프트의 알약에서 고칠 수 있는 바이러스 수가 547만3924임을 고려할 때 숫자는 다소 적다. 인터넷 망이 개방되지 않은 북한에서는 범용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이어폭스를 활용한 웹브라우저 ‘내나라’에서는 다소 정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즐겨찾기’처럼 내나라, 한마음, 국가정보쎈터,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 북한의 대표적 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북한에서만 쓸 수 있는 IP 주소가 설정됐다는 점도 찾아볼 수 있다.
김종선 STEPI 글로컬 협력센터 남북협력팀장은 “붉은 별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응용프로그램을 제공해 MS 윈도와 직접 경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북한 내부에서 스스로 정보보호체계를 통제할 수 있는 컴퓨터 운용 시스템을 구현해 MS윈도로부터 종속성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