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치료제 오젬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공통 약물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환자 3분의 2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영국과 미국 연구진이 주도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가 전한 내용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 로저 윌리엄스 간 연구소의 필립 뉴섬 소장과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의 아룬 사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37개국 253개 의료기관에서 MASH 환자 1197명을 대상으로 에센스(ESCENCE) 3상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에센스는 글루카콘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티드 처방의 효능을 보여주는 최초의 임상시험이다.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으로 불렸던 ‘대사 기능 이상 관련 지방간 질환(MASLD)’은 간에 지방이 너무 많이 생겨 발생하는 장기 질환이다. MASLD가 심해져 염증과 간세포 손상, 괴사가 동반되는 경우를 MASH라고 한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염증, 간섬유화, 간경변 및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들 질환은 비만뿐만 아니라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도 깊은 관련성을 보인다. MASLD는 영국에서 5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허가된 의약품은 없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티드가 MASH 환자의 지방간과 간 흉터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뉴섬 소장의 종전 소규모 연구들을 토대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2021년 5월 27일~2023년 4월 18일까지 800명의 참가자가 무작위로 주 1회 2.4㎎의 세마글루티드 또는 위약 주사를 맞고 생활 상담을 받았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약 4분의 3이 비만이었다.
72주가 지난 뒤 62.9%의 참가자가 지방 축적으로 인한 간 염증이 감소했다. 반면 위약 복용군에선 34.3%에서 간 염증 감소가 일어났다. 또 세마글루티드군의 36.8%가 간 섬유화가 개선됐다. 위약군에선 22.4%에서만 개선효과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또한 다른 이점도 발견했다. 세마글루티드군은 간 효소 및 기타 간 섬유화 혈액 측정치가 개선됐고 체중이 10.5% 감소했다. 메스꺼움, 설사, 변비, 구토와 같은 위장 부작용은 세마글루티드군에서 더 많았다.
뉴섬 소장은 “저는 16년 동안 GLP-1 치료제를 연구해 왔다”며 “세마글루티드가 이 진행성 간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임상시험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MASLD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MASH 환자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제공하는 연구결과”라고 덧붙여 말했다. 연구진은 최대 5년 동안 37개국 출신 약 12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가 장기 간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41325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