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빠지는 치아. 그러나 ‘몇 개 남았느냐’가 단순히 씹는 기능을 넘어 생존율과 직결되는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대한치과보철학회는 1일 ‘틀니의 날’ 제정 10주년을 맞아 고령자의 치아 보유 수와 생존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2007~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와 사망 원인 통계를 연계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분석이다.
연구진은 60세 이상 고령자 1만4253명을 대상으로 치아 수에 따른 사망 위험을 조사한 결과, 잔존 치아가 1개 줄어들 때마다 사망 위험이 약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치아가 4개 상실될 경우 약 5%, 8개 상실될 경우 약 10%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치아가 20개 미만으로 떨어졌을 경우 10년 생존율은 14.9%, 15년 생존율은 무려 21.5% 감소했다. 이는 잔존 치아 20개가 건강 수명의 ‘분기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치아가 적으면 음식을 제대로 씹기 어렵고, 이로 인해 영양 불균형과 전신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한치과보철학회 관계자는 “구강 기능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근감소증,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돼 있다”며 “치아 수가 줄어들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은 이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틀니, 크라운, 임플란트 같은 보철 치료를 받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15.5% 낮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치아가 0~20개 남은 고령자 중 보철 치료 유무에 따라 생존율을 비교했으며, 고정성 보철·부분 틀니·완전 틀니 등 보철 치료를 받은 군에서 사망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김성균 대한치과보철학회 차기 회장은 “이번 연구는 보철 치료가 단순히 치아 기능 복원에 그치지 않고 고령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건강 자산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치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는 보철 치료가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적극적 건강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회 측은 앞으로도 후속 연구를 통해 구강 건강과 전신 건강의 연관성을 보다 폭넓게 규명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치과보철학회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0회 틀니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국민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다채로운 캠페인을 소개했다. 올해는 ▲치과검진 이동버스 운영 ▲‘21인의 치과 명의와 함께하는 구강 관리’ 강의 ▲‘라이브 보철 클래스’ 온라인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국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