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ASUS)가 게이밍 라우터 브랜드 ROG 시리즈에 세계 최초로 전용 AI 프로세서를 품은 신형 Wi-Fi 7 라우터를 공개했다. 제품명은 ‘ROG Rapture GT-BE19000AI’로, 이름에 ‘AI’를 명시한 만큼 단순한 무선 공유기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인공지능을 깊게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이 제품은 무선 통신만으로 최대 19Gbps, 유선 포트 전체를 합산하면 최대 31Gbps까지 도달하는 초고속 라우터로 설계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해상도 클라우드 게임, 8K 스트리밍, 다중 기기 연결이 동시에 이뤄지는 환경에서도 대역폭 부족을 체감하기 어렵도록 만든 셈이다. 에이수스는 AI가 모든 영역에 들어가는 흐름에서 네트워크도 예외가 아니라며, 지연을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접속을 쉽게 설정하며, 장시간 최고 성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제품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AI 전용 프로세서와 독립 리소스
ROG Rapture GT-BE19000AI의 가장 큰 차별점은 네트워크용 주 프로세서와는 별도로 전용 AI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는 2.6GHz 클럭의 쿼드코어 CPU에 4GB RAM, 32GB 플래시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프로세서를 붙여 AI 연산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 AI 프로세서는 2.1GHz로 동작하는 4코어 구조에 7.9 TOPS급 NPU를 포함하며, 이 부분에도 4GB RAM과 32GB 플래시가 따로 달려 있다. 즉 AI 기능이 실행될 때 라우터의 본래 라우팅·무선처리 작업과 리소스를 두고 경쟁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런 구성을 통해 AI 기능이 항상 실시간에 가깝게 반응하고, 동시에 네트워크 처리량이 떨어지지 않는 점을 에이수스는 주요 장점으로 내세운다.
도커로 여는 스마트홈 허브
전용 AI 프로세서를 별도로 둔 덕분에 이 라우터는 일반 공유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던 도커(Docker) 엔진을 기본 제공한다. 사용자는 추가 서버 없이도 라우터 위에서 직접 앱을 구동할 수 있고, 대표적으로는 스마트홈 자동화 플랫폼인 홈어시스턴트(Home Assistant)나 AI 영상 인식으로 잘 알려진 프리깃(Frigate)을 예로 들 수 있다. 집 안에 카메라, 센서, IoT 가전이 많을수록 라우터가 곧 중앙 허브 역할을 하는 구조로 변하는 셈이다. 에이수스는 다양한 앱이 이 라우터 위에서 곧바로 돌아가기 때문에 커버리지가 넓은 와이파이 환경 안에 있는 IoT 기기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고, 별도 미니PC나 NAS를 두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AI 비서와 자동 튜닝
GT-BE19000AI는 네트워크 초보자에게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빗 엣지 AI 챗봇 어시스턴트를 넣었다. 이 어시스턴트는 사용자가 자주 묻는 문제 해결법을 안내하고, 간단한 제어 명령을 대신 수행한다. 예를 들면 특정 기기의 속도가 느릴 때 원인을 짚어주거나, 게스트 네트워크를 열고 닫는 정도의 작업은 대화로 처리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AI 인핸스먼트(AI Enhancement)라는 이름의 자동화 묶음 기능이 포함되는데, 이 기능은 와이파이 안정화, 게임 지연시간 단축, 에너지 효율, 기기 관리 등 네 영역을 중심으로 라우터를 상시 최적 상태에 가깝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가 매번 QoS를 세밀하게 만지지 않아도 트래픽을 관찰하고 우선순위를 바꿔주기 때문에 집 안에 있는 여러 단말기가 시간대별로 쓰는 용도가 달라져도 성능이 알아서 맞춰진다.
게이머 겨냥 지연 최소화
게이밍 라우터로서의 기능도 강화됐다. 에이수스는 GTNet이나 어댑티브 QoE 같은 AI 기반 기능을 적용해 트래픽을 관측하고, 실시간으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연시간을 최대 34%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실시간 경로 선택 기능으로 가장 빠른 경로를 즉시 택하도록 해, 온라인 게임이나 클라우드 게임, 혹은 게임 스트리밍을 동시에 수행할 때 병목 구간을 줄인다. 게이머가 별도로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라우터가 네트워크 상태를 읽고, 중요한 패킷부터 먼저 통과시키는 구조다. 무선에서 최대 19Gbps를 지원하는 만큼 최신 Wi-Fi 7 단말기와 조합할 경우 체감 속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 31Gbps, 게이밍 전용 포트도
포트 구성은 최상위급이다. 10GbE 포트가 2개, 2.5Gbps LAN 포트가 4개로 구성되며, 이 중 10GbE 포트 하나는 게이밍 전용 포트로 설정해 최소 설정만으로도 게임 트래픽을 우선 처리하게 만들 수 있다. 두 개의 이더넷 포트를 묶어 20Gbps 대역폭을 만드는 링크 애그리게이션도 지원해, 고성능 NAS나 워크스테이션을 두는 환경에서도 병목을 줄인다. 모든 유선 포트의 이론상 최대 대역폭을 더하면 31Gbps에 이르는데, 이는 가정용 라우터 범주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에이수스는 이런 고속 포트 구성을 통해 고해상도 스트리밍과 대용량 파일 전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환경, 예를 들어 크리에이터와 게이머가 같은 집에서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과 출시 일정은 미정
이번에 공개된 정보에서는 아직 GT-BE19000AI의 소비자가격(MSRP)과 출시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수스는 최초의 AI 전용 프로세서 탑재 라우터라는 점과, 도커 실행이 가능한 수준의 하드웨어 스펙, 그리고 Wi-Fi 7 기반의 19Gbps 무선 성능을 고려하면 이 제품이 ROG 라우터군 가운데서도 최상단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만 설명했다. 결국 ‘얼마냐’와 ‘언제 사냐’가 남은 셈인데, 초고가 게이밍 공유기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실제 판매가가 공개되면 경쟁 브랜드의 플래그십 라우터 가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